바삭한 겉면을 한 입 베어 물자 육즙이 터져나왔다. 붉은빛 속살은 씹을 새도 없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았다. 한 달가량 숙성한 한우의 ‘채끝 등심’이다. 외식업계에선 숙성 한우가 최근 대세로 떠올랐다. 육식 문화가 고급화하면서 진한 풍미와 부드러운 식감을 즐길 수 있는 숙성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덕분이다. 한우는 숙성해서 즐기기 좋은 고기다. 국내에서 도축해 바로 숙성시켜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고, 마블링도 풍부하기 때문이다.
서울 청담동의 한우구이 전문점 ‘우월’에서는 채끝 등심을 포함해 13가지 부위를 사용한다. 안심을 기본으로 기름진 부위, 특수부위 등 한 코스당 다섯 가지 부위가 나온다. 가장 담백한 부위 중 한 곳인 안심을 시작으로 코스가 진행될수록 고기 맛이 점점 기름지고 진해진다.
특수부위인 안심추리는 안심 날개 쪽에 있는 특수부위다. 지방이 모여 있어 육즙이 많고 풍미가 좋은 게 특징이다. 소 한 마리에게서 15점 정도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귀하다. 이외에도 뱃살 옆에 있어 마블링이 풍부하고 쫄깃한 치마살과 앞다리 어깨뼈 쪽의 육향이 진하고 탱글탱글한 부채살 등 부위별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고기는 히말라야 핑크 솔트, 갈릭 솔트, 스모크 솔트 등 세 가지 소금에 찍어 먹는다.
숙성도와 함께 맛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고기를 굽는 방식이다. 이른바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을 위해 참숯으로 고기를 굽고 ‘레스팅’이라는 방식을 이용한다. 숯은 참숯을 두 번 구운 비장탄을 사용하는데, 이 숯은 불을 살짝만 올려도 온도가 금세 올라간다. 숯의 온도가 낮으면 천천히 익기 때문에 자칫 수육처럼 될 위험이 있다. 레스팅은 고기를 겉면만 빠르고 강하게 익힌 뒤 밀폐된 공간에 넣어 마저 익히는 방식이다. 겉에 있는 잔열이 속으로 흡수되면서 안은 촉촉하고, 겉은 바삭하게 익는다.
레스팅 후 고기를 자르면 빠져나오는 피가 적다는 것도 장점이다. 수분이 안에서 응집돼 고기가 더 많은 육즙을 머금어 뱉어내지 않는 것이다. 우월의 신진수 셰프는 “고기를 굽고 바로 자르면 접시에 피가 흥건해지는데, 레스팅을 하면 그런 현상이 줄어든다”며 “집에서 고기를 구울 때도 10분 정도 레스팅하면 육즙을 많이 보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우월도 2017년 말 문을 열었다. 개점 초기엔 40~50대 고객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20대 젊은 고객층도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류 대표는 “보통 요식업계에서 트렌드 주기를 3~4년으로 보는데 한우 오마카세가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다”며 “고기는 수요의 변동이 심하지 않은 아이템이기도 하고 코로나19로 스스로를 대접하는 음식을 즐기려는 사람이 늘어난 측면도 있다”고 인기 요인을 분석했다.
최다은/최예린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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