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요리사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고기 굽는 기술은 선천적으로 타고난다.”
프랑스의 유명 미식가 브리야 사바랭의 말이다. 그만큼 고기를 맛있게 굽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불 위에 팬을 올리고 고기를 얹는 것까지는 똑같은데 맛은 천차만별이다. 고기의 세계는 심오하다.
고기를 맛있게 굽기 이전에 질 좋은 고기를 고르는 일도 쉽지 않다. 품종, 부위, 숙성 정도 등의 변수에 따라 고기의 종류는 무한대에 가깝다. 특히 한국은 고기를 세밀하게 나눠 먹기로 유명하다. 한국에서 소고기는 120여 가지 부위로 나뉜다.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30여 가지가 전부다. 미국의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는 소고기를 부위별로 가장 세분화해서 먹는 민족으로 한국인을 꼽기도 했다.
좋은 고기를 고르기도, 맛있게 굽기도 어렵지만 이 모든 게 재미다. 육식은 이미 하나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 맛있는 고기를 먹기 위해선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서울 강남의 유명 한우 오마카세 전문점인 ‘우월’은 1인당 식사 가격이 15만원에 달하지만 주말 저녁시간에 예약하려면 두 달 넘게 기다려야 한다.
‘고기 원정’도 불사한다. 생닭을 익히지 않고 육회로 내놓는 전남 여수의 ‘삼대농원’에는 외지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짚불’과 ‘우대갈비’ 조합으로 유명해진 고깃집 ‘몽탄’은 평일 낮 시간에도 가게 앞에 대기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코로나19 유행 이후에는 ‘홈쿡’의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진 이름조차 생소하던 ‘드라이에이징’을 집에서 도전하고, 레스토랑에서 쓰던 수비드 기계를 부엌에 들여놓는 이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아직까지 ‘고기는 삼겹살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살았다면 오늘만큼은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부위에 도전해보자. 그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신세계가 열릴지도 모를 일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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