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청남대의 진짜 매력은 13.5㎞에 이르는 대통령의 산책로다가을은 걷기 여행을 위해 준비된 계절 같습니다. 해변을 걸어도 좋고 고요한 숲길을 걸으며 길섶에 핀 야생화와 무언의 대화를 나눠도 좋습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키르케고르, 장자크 루소 같은 철학자나 문학가들은 오래전부터 걷기 여행을 예찬했지요. 키르케고르는 “나는 걸으면서 내 가장 풍요로운 생각들을 얻게 됐다”고 했고, 루소는 “자유의 경험 관찰과 몽상의 무한한 원천, 뜻하지 않은 만남과 예기치 않은 놀라움이 가득 찬 길을 행복하게 즐기는 행위”라고 걷기를 극찬했습니다. 거창한 의미를 두지 않더라도 자연이라는 자력에 몸을 맡기고 뚜벅뚜벅 걷다 보면 생의 희열을 맛보지 않을까요.
'대통령의 길'로 이름 붙은 여러 길은 산책하듯 누릴 수 있는 아름다운 숲길이다
부드러운 흙을 밟으며 짧은 산행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고
도토리를 모으는 다람쥐와 청설모도 만날 수 있다.
대통령의 산책길 걸으며 가을 만끽
걷기 여행의 명소는 전국 곳곳에 있지만 호수와 숲을 동시에 갖춘 여행지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런 면에서 청주는 ‘걷기 여행 1번지’라 할 만하다. 대청호를 따라 이어지는 ‘대청호 오백리길’은 그야말로 걷기 여행의 진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주의 걷기 여행지 중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 청남대다. ‘따뜻한 남쪽의 청와대’라는 뜻을 지닌 청남대는 1983년 개관 이후 2003년 일반에 개방될 때까지 약 20년간 대통령의 별장으로 사용됐다. 청남대 본관에서는 대통령 집무실, 침실, 응접실 등을 구경할 수 있다. 대통령 기념관(별관)에 전시된, 정상 외교 때 받은 선물과 대통령이 사용했던 물품도 흥미롭다.
청남대의 진짜 매력은 13.5㎞에 이르는 대통령의 산책로다. 대통령이 머리를 식히던 곳인 만큼 주변 풍경이 수려하고 조경이 잘 정돈돼 있다. 숲길에는 124종, 11만6000여 그루의 조경수와 143종, 35만여 송이의 꽃이 심겨 있으며 천연기념물인 수달과 날다람쥐, 멧돼지, 고라니, 삵, 너구리, 꿩 등이 서식한다.
대청호를 따라 이어지는 진입로에는 아름드리 플라타너스가 먼저 인사를 보낸다. ‘대통령의 길’로 이름 붙은 여러 길은 산책하듯 누릴 수 있는 아름다운 숲길이다. 청남대를 국민의 공간으로 되돌려준 노무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무현 대통령길’은 단풍나무와 참나무가 이어져 10월 중순이면 빨강, 노랑 물감을 풀어놓은 듯 화려하게 물든다. 전망대에서 호숫가로 이어지는 ‘김대중 대통령길’은 소나무와 참나무가 울창한 약 2.5㎞의 산길로,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대청호의 풍광과 맑은 가을 하늘을 즐길 수 있다. 부드러운 흙을 밟으며 짧은 산행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고 도토리를 모으는 다람쥐와 청설모도 만날 수 있다.
숲길의 절정은 ‘행복의 계단’으로 이름한 645개 계단 끝 전망대다. 전망대에 오르면 다도해의 풍광을 닮은 대청호와 청남대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대통령이 머물며 사색을 즐긴 초가정, 숲속 쉼터 등 여유로운 공간이 곳곳에 있고, 호숫가 나무 그늘에 벤치가 있어 잠시 앉아 쉬면서 그림 같은 풍광을 즐길 수 있다.
매월당이 격찬한 상당산성 둘레길
청남대에서 자동차로 약 15분 거리에 있는 문의문화재단지는 대청댐을 건설할 당시 수몰 위기에 있던 조선 중기 문의현의 객사와 전통가옥 등을 옮겨놓은 공간이다. 옛 문의현 관아 객사 건물인 문산관을 비롯해 비석과 돌너와집 등을 볼 수 있다. 유물전시관 앞뜰에는 고려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문산석교가 복원돼 있다.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는 문의문화재단지를 강소형 잠재관광지로 선정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성장 가능성이 큰 관광지라는 의미다.청주시 외곽에 있는 상당산성도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천년고도의 위용을 드러내고 있는 상당산성은 청주를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멀리서 봐도 상당산이 머리에 띠를 두른 듯 또렷하게 보이는 성벽은 위기 때마다 청주 사람들의 울타리가 돼준 곳이다. 청주 사람들은 상당산성을 그냥 ‘산성’이라고 부른다. 역사적 의미를 지닌 사적지라기보다 동네 마실 가듯 누구나 쉽게 찾는 곳이기 때문이다.
상당산성은 삼국시대에 청주가 백제의 상당현(上黨縣)이었던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상당산 능선을 따라 둘레 4.2㎞, 높이 4~5m의 성벽이 이어진다. 정문인 공남문을 지나 왼쪽으로 성벽길을 오르면 청주 시내는 물론 증평평야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산성에 축적된 세월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묻어 있다. 임진왜란 때 원균이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고, 영조 3년 이인좌의 난을 겪기도 했다. 매월당 김시습은 상당산성을 거닐며 “꽃다운 풀 향기 짚신에 스며들고 활짝 갠 풍광이 싱그럽다”고 노래했다. 성안에는 전통한옥마을이 조성돼 있는데 전통마을에서 맛보는 전통주와 빈대떡은 산성을 돈 뒤의 고단함을 풀어준다.
청주=글·사진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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