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정부가 전기료 인상을 수용한 것은 전기료를 그대로 두면 한전과 자회사의 적자가 올해만 4조원에 이르러 감당하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추진된 탈원전 정책의 여파로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가계와 기업에 날아들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상이 결정된 올 4분기뿐 아니라 내년 이후에도 전기료가 지속적으로 인상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LNG 수입가는 작년 8월 t당 317.3달러에서 지난달 534.5달러로 70% 가까이 치솟았다. 전력용 연료탄 가격은 지난해 t당 50.66달러에서 이달 들어 186.6달러로 1년 새 세 배 이상 치솟았다. 두바이유는 작년보다 두 배 이상 올라 배럴당 7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 같은 연료비 상승분을 반영하면 올 2분기에는 ㎾h당 2.8원, 3분기엔 3.0원의 전기요금을 올려야 했다는 게 한전의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는 물가상승 우려 등을 이유로 2·3분기 잇따라 전기료를 동결했다. 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는 ㎾h당 10.8원으로 계산됐다. 이론적으론 전분기(-3원)보다 13.8원을 더 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연료비 연동제 도입으로 직전 분기 대비 최대 3원까지만 변동할 수 있도록 제한돼 있어 상승폭이 3원에 그쳤다고 한전은 덧붙였다.
한전의 부채 규모는 지난해 132조4753억원에서 2025년 165조9303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에 따른 전력망 계통 불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 설비를 자체 비용으로 구축하는 과제도 안고 있어서다. 이 비용만 앞으로 2년간 1조1202억원에 달한다.
한전의 외부 출연금도 1년 새 여섯 배가량 급증했다. 지난해엔 한전공대 설립을 위한 출연금 384억원을 포함해 총 455억원을 외부 출자했다.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정상적으로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다 보니 한전의 적자만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LNG는 발전단가가 비싸고,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가격을 통제하기도 힘들다. 지난달 기준 LNG의 ㎾h당 정산 단가는 141.9원으로 40원인 원자력의 세 배 이상이다. 값비싼 LNG 발전이 늘어나면 전기료 생산에 들어가는 연료비도 치솟는 구조다. 연료비 산정 기준이 되는 계통한계가격(SMP)이 1년 새 50% 가까이 껑충 뛴 까닭이다.
정동욱 한국원자력학회장은 “신재생이나 LNG 등 발전단가가 높은 에너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전기료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정부가 탈원전에 따른 비용이 얼마인지를 정확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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