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최근 사내 설명회를 열고 올해부터 적용하는 새 성과급 제도를 공개했다. 성과급 상한은 올리되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환경·안전 등 ESG 관련 지표 달성 여부와 신규 투자 수요 등 시장 요인을 반영한다는 것이 골자다.
우선 LG화학은 기본급의 500% 수준이던 성과급 상한을 1000%로 높였다. LG그룹 주요 계열사의 연봉은 12번의 월급(기본급)과 6번의 상여금, 2번의 명절상여금 등 총 20회로 나눠 지급된다. 연봉의 최대 25%까지였던 성과급을 두 배 수준인 50%로 높여 삼성전자의 초과이익 성과급(OPI)제도와 높이를 맞췄다.
대신 기준을 구체화했다. 성과급 1000% 중 600%를 재무성과, 400%를 미래준비성과로 구성했다. 새로 도입한 미래준비성과 기준으론 △중장기 지속 성장을 위한 미래 역량 확보 △본부별 경쟁사와의 경쟁 성과 △고객가치 훼손 여부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지급 범위도 -200~400%로 설정했다.
LG화학은 석유화학, 첨단소재 등 본부별로 성과급을 따로 결정한다. 한 본부가 높은 재무성과를 거뒀더라도 경쟁사 대비 부진한 실적을 냈을 때나 환경·안전 관련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등의 변수를 감안해 성과급 규모를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두고 직원들 사이에선 “실적과 관계없이 성과급을 적게 줄 수 있는 이유를 늘린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성과급 상한을 늘리고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게 제도 개편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의 성과급 제도 개편은 본부 간 성과급 갈등을 원천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동안 회사의 ‘캐시카우’ 역할을 한 석유화학본부와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전지(배터리)본부 간 성과급 갈등이 이어져 왔는데 투자 계획, 본부별 경쟁사 대비 성과 등을 반영, 형평성을 맞춰 잠재적 갈등을 완화하려는 시도라는 설명이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신성장동력 분야에선 이익을 못 내도 우대받고, 정작 돈을 잘 벌고 있는 기존 사업부엔 비용 절감이 요구되는 상황이 회사마다 벌어지면서 조직 내 갈등이 늘고 있다”며 “LG화학의 제도 개편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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