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 서린메디케어 대표 "마흔에 창업…플라즈마 의료기 8전9기 인증"

입력 2021-09-23 18:08   수정 2021-09-23 23:29

“9년 전 조그만 사무실에서 1인 기업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초등학생이던 아들딸의 고사리손도 빌려야 했죠. 플라즈마 의료기기를 개발할 때도 국내에선 처음 도전하는 분야라 모든 게 ‘맨땅에 헤딩’이었습니다. 드디어 나라에서도 ‘명장’으로 인정해 주니 정말 기쁩니다.”

매년 최고 수준의 숙련기술자만을 가려 국가가 선정하는 ‘대한민국 명장’. 올해에는 35년 만에 의료장비 분야에서 처음으로 명장이 나왔다. 플라즈마를 활용한 피부의료장비를 제조하는 서린메디케어의 김병철 대표(50·사진)다. 창업 이후 플라즈마 의료장비와 관련해 그가 획득한 특허만 20여 개, 장비를 수출 중인 국가만 40개국에 달한다.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김 대표는 “맨주먹으로 시작해 드디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데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개발·판매 중인 플라즈마 의료기기는 피부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플라즈마는 물질이 전자, 중성입자, 이온 등 입자들로 나눠진 상태를 말하는데 세포에 쬐이면 세포막을 없애는 작용을 한다. 이를 활용해 황색포도상구균, 여드름균 등 피부질환을 유발하는 박테리아를 쉽게 없앨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창업 전에는 중소기업의 평범한 직원이었다. 공고 전자과를 졸업하고 전역 후 곧바로 엔지니어로 현장을 뛰었다. 첫 직장 역시 플라즈마 연구나 피부미용과는 거리가 먼 무선단말기 업체였다. 그런 그가 창업을 꿈꾸게 된 것은 수차례 이직 후 한 의료제조장비 업체에 경력직으로 들어가면서부터였다.

“국내 의료장비 업체 중 상당수가 유럽이나 미국 제품을 모방해 제품을 출시합니다. 제 주업무가 외국산 기술을 국산화하는 일이었죠. 외국산 장비의 단점이 보이는데 회사는 여전히 카피 제품만 만들라고 하니 답답했죠. 이럴 바엔 직접 해보자는 생각에 기업을 차리게 됐습니다.”

마흔이 돼 걷게 된 창업의 길은 고달팠다. 장비 생산은 물론 배송까지 모두 혼자 맡다 보니 비교적 간단한 미용기기 40대 주문을 처리하는 것조차 버거웠다. 가족·친척의 일손까지 필요했다. 다행히 가능성을 눈여겨본 서린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10억원의 투자를 받고, 플라즈마 분야를 연구한 이춘우 광운대 교수를 초빙하면서 플라즈마 기기를 연구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바이오플라즈마학회 부회장을 지낸 김 대표는 “지금은 연구를 위해 대학원 박사과정도 밟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플라즈마의 고온을 견디는 플라스틱을 찾느라 세계 각지를 돌아다녔고, 국내 의료기기 인증을 받기까지 여덟 차례 이상 거절당하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의 현재 목표는 코로나19로 침체된 수출을 다시 활성화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받기 위해 임상을 비롯한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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