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타트업계의 대표적 연쇄 창업자인 노정석 비팩토리 대표(사진)가 로봇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글로벌 화장품산업 혁신에 나선다. 이번이 일곱 번째 창업이다.
노 대표는 지난해 1월 화장품 제조 스타트업 비팩토리를 설립했다. 화장품을 소비자 취향에 따라 소량으로 생산해 판매하는 업체다. 소비자가 스마트폰 등으로 특정 성분의 양, 선호하는 향 등을 선택하면 로봇이 원격으로 제조해주는 방식이다. 일종의 ‘화장품 프린터’다. 노 대표는 “프린터가 다양한 색상의 잉크를 사용해 인쇄물을 출력하는 것처럼 로봇이 화장품 원료를 자동으로 배합해 제품을 생산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이름 뒤에는 늘 ‘미다스의 손’ ‘창업의 달인’ 같은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해킹의 신’으로도 불린다. 1996년 당시 포항공대(포스텍)와 해킹 경쟁을 벌여 수사까지 받았던 건 아직도 회자되는 유명한 일화다. KAIST 경영공학과를 졸업한 노 대표가 처음 세운 회사는 1997년 공동 창업한 보안업체 인젠이다. 인젠이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면서 거액을 손에 쥔 노 대표는 다시 창업에 나섰다. 2002년 젠터스라는 보안업체를 설립했다. 하지만 1년 만에 폐업했다. 2005년 블로그 개발 스타트업 태터앤컴퍼니를 다시 창업했다. 2008년 구글이 태터앤컴퍼니를 약 600억원(추정)에 인수했다. 그는 2010년 식당 예약 앱 등을 개발하는 회사인 아블라컴퍼니를 또 세웠다. 2012년에는 공유 오피스 업체 패스트파이브 등을 운영하는 패스트트랙아시아를 공동으로 설립하기도 했다.
아블라컴퍼니는 신통치 않았다. 그는 회사 이름을 파이브락스로 바꾼 뒤 새로운 사업에 나섰다.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이용 패턴을 분석하는 회사다. 2014년 세계 최대 모바일 광고회사 탭조이가 파이브락스를 약 400억원에 인수했다. 같은 해 노 대표는 창업을 이어갔다. 가상현실(VR)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VR 콘텐츠 스타트업 리얼리티리플렉션을 공동 창업했다.
하지만 노 대표는 리얼리티리플렉션을 기존 구성원에게 맡기고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AI가 몰고 온 기술환경의 변화가 그의 항로를 다시 창업으로 끌어들였다. AI가 세상을 완전히 바꿀 것으로 확신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첫 아이템은 화장품이다. 소비자 개별 취향이 중요한 화장품이 AI의 속성과 잘 맞을 것으로 봤다. 에센스 같은 기초화장품부터 시작했다. AI는 주로 제품을 개선하는 데 활용할 예정이다. 소비자 후기 등의 데이터를 학습해 화장품 기능과 품질을 실시간 개선하는 방식이다. 노 대표는 “테슬라가 자동차 수만 대의 운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보해 차체 성능을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것처럼 화장품도 같은 방식으로 품질을 끊임없이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력한 우군도 확보했다. 국내 대표적 화장품 개발·제조 기업인 코스맥스다. 노 대표와 만난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이 화장품산업의 디지털 전환 필요성에 동감하고 투자는 물론 화장품 원료, 사무실도 제공했다.
비팩토리는 올해 첫 제품인 에센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 화장품업계 유명 전문가가 개발한 독자 기술을 활용한 제품이다. 피부 보습력을 높여주는 히알루론산의 흡수력이 기존 제품보다 우수하다는 게 노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첫 제품으로 소비자를 충분히 확보해야 ‘화장품업계의 테슬라’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김주완/사진=김영우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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