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완벽한 타인’의 주인공인 석호(조진웅 분), 태수(유해진 분), 준모(이서진 분), 영배(윤경호 분)는 배우자끼리도 친밀하게 지내는 40년 지기 초등학교 동창생이다. 이혼한 영배와 배우자까지 함께 일곱명이 석호의 집들이에 모여 저녁을 함께 하다가 각자의 휴대폰을 식탁위에 올려 모든 것을 공유하자는 게임이 시작된다. 오래지 않아 스마트폰 전화와 메지시를 통해 인물들의 비밀이 드러난다.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써왔던 부부간의 갈등, 40년 지기 친구들에게도 감춰온 성 정체성, 철석같이 믿은 배우자의 외도, 전 재산을 날릴 위기에 처한 배우자의 투자 실패까지 ‘완벽한 지인’이라고 생각했던 서로가 사실은 ‘완벽한 타인’이었음을 알게 된다.
예를 들어 피처폰 시대에 스마트폰이 등장한 것은 불연속적 혁신이다. 피처폰 시대엔 할 수 없었던 일들이 스마트폰 시대엔 가능해진다. 반면 스마트폰의 크기가 커지거나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는 건 연속적인 혁신이다. 연속적 혁신은 소비자의 행동을 변화시키지 않지만 불연속적 혁신은 소비 패턴을 완전히 바꾼다. 불연속적 혁신은 소비 패턴뿐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 관계를 맺는 방식도 바꾼다. 절친 4인방 가운데 태수의 비밀은 텔레그램에서 만난 사람이 매일 같은 시간에 자신의 사진을 보내준다는 것.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생길 수 없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인간관계다.
산업 지형도도 뒤집어 놓는다. 혁신기업이 모인 나스닥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덩치를 불릴 수 없었을 기업들이다. 애플, 아마존닷컴,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 페이스북 등은 스마트폰과 여기서 나온 앱 경제를 이끄는 기업들이다.
경제학에선 비슷한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가 있다. ‘펭귄 효과’다. 특정 상품의 구매를 고민하는 소비자들이 주변 사람 누군가 상품을 구매하면 따라 사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펭귄은 무리지어 생활하면서 바다에서 먹이를 구한다. 하지만 천적이 있을까봐 쉽사리 바다에 뛰어들지 못할 때가 생긴다. 이때 펭귄들 가운데 한 마리가 물에 뛰어들면 나머지도 모두 뛰어든다.
기업들은 이런 펭귄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소비자 후기를 널리 퍼뜨리거나, 영향력이 큰 소비자에게 먼저 상품을 제공해 다른 소비자들을 유인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비슷한 비유가 경제학에서 다른 의미의 용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퍼스트 펭귄’은 선구자 혹은 도전자라는 의미다. 바다에 뛰어들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펭귄 틈에서 첫 번째로 뛰어든 펭귄을 뜻한다. 경쟁자들이 주저할 때 시장에 뛰어들어 판을 벌이는 혁신 기업을 비유할 때 주로 쓴다.
영화의 소재인 스마트폰도 애플이라는 ‘퍼스트 펭귄’이 탄생시킨 제품이다. 퍼스트 펭귄은 성공하면 시장에서 막대한 초기 시장점유율을 끌어올 수 있다. 하지만 리스크 요인도 있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 이 리스크를 높게 평가하는 기업은 퍼스트 펭귄을 빠르게 따라가는 패스트팔로어 전략을 택하기도 한다.
나수지 한국경제신문 기자
② 나의 성향은 ‘퍼스트 펭귄’일까, ‘펭귄 효과’의 일부일까.
③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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