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의 비리 사건이 그렇지만, 대장동 개발 건은 몇 배나 더 두터운 양파 껍질에 싸인 듯하다. 자고 나면 새로운 의혹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온다. 2015년 화천대유와 관련 있는 인사가 입찰심사 주체로 참여했다는 소식,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시의회에 ‘수익률 29% 예상’으로 보고해 고(高)위험 사업이 아니었다는 주장도 쏟아졌다. 사업의 전주(錢主)가 누구인지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화천대유의 초기 자금줄인 킨앤파트너스(투자자문사)에 400억원을 빌려준 사람까지 언급된 뉴스도 나왔다.
진실 규명보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른 방어와 공격이 난무하는 점도 당혹감을 더한다. 응당 개발주체가 부담해야 할 도시기반시설 비용(5503억원)을 “단군 이래 최대 규모 공익 환수”(이재명 경기지사)로 포장하는 수사(修辭)가 그렇고, 문제가 많다면 앞으론(대통령 당선 뒤엔) 전면 공영개발로 가겠다는 화법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공영개발로 방향을 잡았다가 민관 합작으로 돌아서 이 지경이 됐는데 할 말은 아니지 않나 싶다.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검,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에 이어 김수남 전 검찰총장까지 화천대유 연관 인사(고문 또는 자문변호사)로 등장한 점에선 얽히고설킨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 의원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가 화천대유 고문으로 일한 사실도 드러났다. 여야·좌우를 가리지 않고, 마치 병풍을 두르듯 유력 법조인들을 고문으로 영입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대장동 개발 건은 이미 유력 대선주자의 개인 의혹 범주를 넘어섰다.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의 정의와 상식, 공정에 대해 근본적 물음을 던진다. 왜 특정 개인에게 수익을 몰아주는 사업 방식을 짰는지, 그 과정에 불법과 특혜는 없었는지 전모가 밝혀져야 한다. 이제라도 검경은 자금 추적은 물론 핵심 관련자들의 신병을 조속히 확보해 철저하고 투명하게 수사해야 한다. ‘고발 사주’ 의혹 수사에 나선 공수처장이 “국민은 진실을 알고 싶다고 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처럼 대장동 의혹도 있는 실상 그대로 국민은 알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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