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 대신 크림빵 달라"…현대차의 '간식 투정' 왜

입력 2021-09-26 17:27   수정 2021-09-27 16:50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16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간식 담당 부서에 비상이 걸렸다. 잔업하는 일부 직원에게 간식으로 제공하는 파리바게뜨 후레쉬크림빵이 이날 오전 제때 배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담당 부서는 일방적으로 간식 지급을 중단할 수 없었던 탓에 부랴부랴 대체품 마련에 나섰다. 급히 구한 것은 오리온 다이제샌드. 이날 일부 생산직 사이에선 “왜 갑자기 빵 대신 과자를 먹으라는 것이냐”고 불만이 나왔다.

현대차 울산공장에 빵 공급이 끊긴 것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산하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 파업 때문이다. 현대차에 납품하는 파리바게뜨 제품은 대구지역 공장에서 생산해 배송하는데 대구 등 전국 SPC그룹 11개 물류센터의 화물연대 노조원 200여 명이 운송 거부에 동참하면서 제때 납품되지 않았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도 상황은 그대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 역시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인데, 형제 격인 화물연대가 파업하는 탓에 예상치 못한 불똥을 맞아 당황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이처럼 ‘간식난’을 겪는 대기업 공장이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업난을 겪고 있는 파리바게뜨 가맹 자영업자의 손해에 비할 바 아니지만 곳곳에서 파업에 따른 악영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간식뿐 아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그동안 현대차 생산직이 받은 악영향은 종류가 다양하다. 지난 8월엔 화물연대가 현대차에 공조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 물류사와의 갈등으로 파업하면서 현대차 울산공장이 멈추기도 했다. 화물연대는 지난해 11월에도 현대차 차체 부문 1차 협력업체인 엠에스오토텍과 갈등을 빚고 운송을 거부함에 따라 현대차 울산공장 라인을 멈추게 했다.

업계 관계자는 “민주노총 소속 지부들은 ‘연대하는 마음으로 지지해달라’고 하지만 다른 지부의 파업으로 손해를 보는 일이 반복되면 ‘연대’가 얼마나 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화물연대는 증차를 요구하며 호남지역에서 시작한 빵과 재료 운송 거부 파업을 지난 15일부터 전국으로 확대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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