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시진핑 통화 후…'영웅 대접' 받으며 귀국한 멍완저우

입력 2021-09-26 17:26   수정 2021-10-26 00:01


미·중 갈등의 핵심 쟁점이었던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멍완저우 부회장이 지난 24일 미국 법무부와 기소 연기에 합의함에 따라 캐나다에서 풀려났다. 지난 1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통화 이후 2주 만이다. 멍 부회장의 석방은 중국이 미국에 요구한 핵심 사항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아젠다인 기후변화 대응에 중국이 적극 협력한다는 등의 ‘이면 합의’가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년9개월 만에 풀려나
미 법무부는 이날 멍 부회장이 이란 제재와 관련해 일부 잘못을 인정하는 대가로 그에 대한 금융사기 사건을 무마하는 기소 연기 합의(DPA)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멍 부회장이 특정한 합의 조건을 지키면 미 법무부는 내년 12월 기소를 취하한다.

멍 부회장은 2018년 12월 캐나다 밴쿠버 국제공항에서 미 정부 요청에 따라 캐나다 경찰에 체포된 지 2년9개월 만에 풀려났다. 미 검찰은 멍 부회장과 화웨이가 홍콩의 위장회사를 활용해 이란에 장비를 수출하는 등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멍 부회장은 캐나다 법원에 범죄인 인도를 막아달라는 소송을 냈고, 이후 밴쿠버 자택에만 머무르는 조건으로 보석 허가를 받았다.

멍 부회장은 화웨이를 창업한 런정페이 최고경영자(CEO)의 장녀다. 1993년 화웨이에 입사해 2010년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오른 그에게는 아버지 후광으로 빠르게 승진했다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녔다. 3년 가까운 구금 생활로 화웨이의 후계 구도가 더 확고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멍 부회장은 중국 정부 전세기편으로 캐나다를 출발해 25일 밤 광둥성 선전의 바오안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선전은 화웨이 본사가 있는 곳이다. 공항 활주로에는 수십 명의 시민이 환영 메시지가 적힌 현수막을 펼치고 중국 국기를 흔들며 그를 맞았다. 멍 부회장은 마치 중국을 찾은 외국 국빈처럼 트랩을 통해 전세기에서 내려와 시민과 취재진 앞에서 성명을 낭독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멍 부회장 석방을 놓고 “강대한 중국의 승리”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멍 부회장 구금 직후 중국 정부가 간첩 혐의를 걸어 보복성으로 체포했던 캐나다인 2명도 이날 석방돼 캐나다로 돌아갔다. 중국은 그동안 이들의 체포와 멍 부회장 사건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화웨이 “미 제재로 35조원 손실”
멍 부회장 체포는 다방면으로 확전된 미·중 갈등의 대표 사례로 꼽혔다. 화웨이는 세계 통신장비 시장 1위, 스마트폰 시장 2위를 달리다 미국의 제재를 집중적으로 받으며 코너에 몰렸다. 미국 기술을 활용한 제품과 서비스를 화웨이에 판매할 때 미 상무부의 허가를 받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핵심 반도체를 조달하지 못하게 된 화웨이의 매출은 작년 4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세 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올 상반기 매출은 작년 상반기보다 29.4% 급감한 3200억위안(약 58조원)에 그쳤다. 스마트폰 등 소비자 부문 매출은 2558억위안에서 1357억위안으로 반토막났다. 쉬즈쥔 화웨이 순환회장은 24일 기자회견에서 미국 제재로 스마트폰에서만 300억달러(약 35조원) 규모의 손실을 봤다고 말했다. 화웨이 스마트폰 점유율은 세계 2위에서 5위로 추락했다.

멍 부회장 석방 결정은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통화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미국이 주요 정책 목표인 기후변화 대응에서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낼 것이란 해석도 제기된다. 미국은 지구 온난화로 북극해 해수면이 상승해 러시아 중국 등 적성국 해군의 활동 폭이 넓어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 1호 행정명령으로 파리기후협약 복귀를 선언한 배경이다.

다만 멍 부회장 석방을 미·중 관계의 ‘전환 신호’로 보는 시각은 드문 상황이다. 로버트 댈리 키신저미중연구소 소장은 중국이 미국의 무리한 기소에 대한 ‘승리’를 주장하면 관계를 악화시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봤다. 애덤 시걸 미국 외교위원회 위원은 “이번 석방과 별도로 미국은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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