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데 반 년 넘게 걸린 코로나19 지원금을 한국은 소득 상위 12% 세대를 제외하고 선별적으로 지급하는데 2주 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7일 보도했다.
한국은 지난 6일부터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지급을 시작한 지 약 2주만에 지급대상자의 90%에게 지급을 마쳤다. 이 신문은 "작년 봄 일본의 특별지원금과 비교해 5배 속도"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작년 4월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전 국민에게 1인당 10만엔(약 107만원)씩을 지급했다. 당초 일본 정부는 고소득자를 제외할 방침이었지만 지급대상을 골라내는게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전 국민 일괄지급으로 바꿨다.
지급 속도가 한국보다 5배 느렸다는 이 신문의 설명과 달리 실제 지급이 완료되는데는 반 년 이상이 걸렸다. 디지털화가 더딘 일본은 우편으로 대상자를 통보 및 접수하고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수작업으로 지급작업을 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원 속도와 함께 주목한 것은 디테일이었다.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은 기준소득 상위 12% 세대를 제외했다. 지급대상 여부는 신용카드 회사나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 앱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신청 전 과정이 온라인으로 가능했다.
반면 이날 산케이신문은 출국자들이 온라인으로 코로나19 백신접종증명서를 신청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일본 정부가 도입했지만 22일 현재 1800여개의 기초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실제로 이용 가능한 곳은 1%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지자체가 업무가 번잡해진다는 등의 이유로 도입을 꺼리고 있어서다.
닛케이는 "한국이 지급기준을 나눠도 즉시 대상자가 선별가능한 것은 주민등록, 보험, 납세 등 행정·금융시스템이 주민등록번호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용카드 회사의 포인트 제도를 응용해 포인트 형식으로 지급하고 유효기간을 연말로 정한 덕분에 지원금을 모두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도 마련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일본 정부는 1인당 10만엔씩을 지급하기 위해 12조8천억엔(약 133조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일본인들은 지원금의 70%를 저축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이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을 10분 만에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도 소개됐다. "질병관리청과 경찰, 여신금융협회, 이동통신 3사, 신용카드사가 협력해 '역학조사지원시스템'을 만든 덕분에 꼬박 하루가 걸리던 동선 조사를 10분 이내에 끝낼 수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마스크가 부족했을 때는 약국의 의약품복수판매방지시스템을 활용해 매점매석에 의한 품귀현상을 방지하는 체제가 3일만에 구축된 사례도 소개했다.
정부가 개인정보를 한꺼번에 관리하는 주민등록번호 제도는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되면 자산과 소득, 치료기록 등 사생활 정보가 샐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국민의 당 대표는 정부의 코로나 대책을 "국민의 인내와 고통, 공공연한 사생활 침해를 담보로 한 '국민희생방역'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등록번호 제도의 편리함 때문에 한국인들 사이에서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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