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업계가 예술에 빠졌다. 브랜드를 판매하는 쇼핑공간을 넘어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백화점에서 문화예술을 접목한 건 충남 천안에서부터 시작됐다. 천안의 아라리오 조각광장은 ‘길 위의 미술관’으로 불린다.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이 백화점 앞에 전시돼 있다. 김창일 아라리오 회장이 수백억원을 들여 1989년부터 조성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현대미술 작품을 백화점을 찾는 방문객들과 누리고 싶다는 김 회장의 경영철학이 숨어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모금함을 든 금발의 소녀상 ‘채러티(Charity)’와 흰색 원형돌기들을 묶은 모습의 대형 구조물 ‘매니폴드(Manifold)’가 있다. ‘매니폴드’는 2013년 설치된 일본 작가 고헤이 나와의 작품으로 높이 13m, 너비 16m의 대형 작품으로 조성 기간 3년에 설치비용만 50억원이 들어갔다. 조각광장의 첫 작품인 높이 20m의 ‘수백만 마일’을 비롯해 ‘수보드 굽타’ ‘키스 해링’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영국 출신인 세계적 현대미술가 데미안 허스트의 ‘찬가’는 천안을 세계적인 예술도시로 키우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 작가의 작품이 지방도시에 전시되면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아라리오 조각광장은 2007년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최우수상인 국무총리상을 받았고, 천안을 대표하는 천안12경 중 ‘4경’에 이름을 올렸다. 독일의 미술잡지 아트(art)는 한국에 가면 꼭 들러야 할 곳으로 아라리오 조각광장을 꼽았다.
아리리오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갤러리와 미술관을 운영하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신세계 충청점에서 쇼핑과 문화예술을 어우르는 신세계 아라리오점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백화점 매장 곳곳에는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예술작품 30여 점이 전시돼 있다. 로이 리히텐슈타인과 데미안 허스트 등 세계적 작가들의 작품이 설치돼 백화점 전체가 미술관이나 갤러리와 같은 느낌을 선사하고 있다.
신세계 아라리오점 옆에는 1900㎡ 규모의 아라리오 갤러리가 있다. 다른 갤러리가 시도하지 않은 전속작가 시스템을 도입해 우리나라 미술을 해외에 알리고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30~40대 국내 작가들의 회화, 동양화, 드로잉, 조각, 영상 등 80여 점을 소개하는 ‘13번째 망설임(The 13th Hesitation)’ 전시회를 진행하고 있다. 아라리오 갤러리는 서울과 중국 상하이에도 있다. 서울과 제주에는 미술관인 아라리오 뮤지엄이 있다. 서울에는 고(故) 김수근 건축가의 대표 작품인 공간사옥을 인수해 ‘인 스페이스’라는 뮤지엄을 개관해 화제가 됐다. 제주에는 버려진 건물을 미술관으로 꾸민 탑동시네마, 동문모텔Ⅰ·Ⅱ가 있다.
김창일 회장은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천안을 찾는 방문객에게 편안한 쉼터와 문화적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며 “예술을 접목한 차별화된 문화공간을 조성해 천안을 세계에 알리겠다”고 말했다.
천안=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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