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기업마다 보안에 비상이 걸렸다. 근무자들이 외부에서 회사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데다 기업 내에도 각종 정보 시스템 연동 장치가 많아지면서 악성 바이러스 감염이나 사이버 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충남의 한 자동차부품 제조기업인 A사는 최근 2000여만원을 들여 보안장비를 설치했다. 직원들이 사용하는 노트북을 통해 감염된 악성 바이러스가 회사 내부망까지 침입해 운영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피해를 줬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회사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노트북이나 컴퓨터에 깔린 보안 프로그램을 믿고 사용했는데 예상하지 못한 사이버 공격으로 라인 가동이 중단되는 피해를 봤다”며 “뒤늦게 보안의 중요성을 깨닫고 급하게 보안설비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조사 대상 한국 기업은 평균 41억1000만원의 손실을 봤다. 기업 이미지 하락을 우려해 경찰에 신고하지 않거나 자체적으로 피해를 감당한 경우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훨씬 높다는 게 보안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보안 솔루션을 적극 활용하고 직원을 대상으로 보안 교육을 강화하는 등 사이버공격에 대비해야 한다”며 “해킹의 경우 국내 웹 브라우저와 연동해 실행되거나 국내 유명 포털을 사칭한 피싱 사이트를 유포하는 등 범죄가 고도화되고 있는 만큼 보안 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충남 천안의 한 기업이 주요 정보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소형 보안장치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통신용 보안장비 제조기업인 루터스시스템(대표 배영준)은 악성코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기기를 이용해 회사 내부 전산망에 침입해 핵심 정보를 유출하는 사이버 공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소형 보안 방화벽 장치를 개발했다고 27일 발표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제품은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 산업용 설비, 사물인터넷(IoT) 장치의 네트워크 트래픽을 분석, 데이터 유출 시도 및 해킹을 차단하는 방어벽 역할을 한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수천만원대의 보안장비 기능을 제공하면서 판매가는 10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재 유행하는 악성코드를 비롯해 네트워크 연결 장치에 접근해 서버를 다운시키는 사이버 공격, 정보 유출을 목적으로 지능형 지속 공격(APT)에 감염된 일명 ‘좀비 피씨’가 내부망에 접속하더라도 차단 및 제어가 가능하다.
배영준 대표는 “주로 해외 보안장비를 사용하는 현실에서 국내 기술로 소형 보안장비를 양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등 무선통신 기능을 탑재해 다양한 산업군에 특화된 보안장비를 개발하고, 해외시장 진출로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천안=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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