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의혹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의혹을 밝히기 위해 정부·여당이 특별검사 임명을 수용해야 한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 측은 대장동 개발을 통해 이 지사가 부당 이득을 취했다고 주장한 곽상도 무소속(전 국민의힘) 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등 역공에 나섰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지사가 대장동 개발사업의 설계자가 본인이라고 이미 스스로 밝혔음에도 반성은커녕 성을 내고 있다”며 “민주당이 지금처럼 특검과 국정조사를 계속 회피한다면 역대급 일확천금 부패 사건의 공범으로 낙인이 찍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이재명 경기지사 대장동 게이트 진상조사 특별위원회’는 이날 성남시청을 항의 방문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한 국정감사 자료를 제출하는 등 의혹 해명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헌승 특위위원장은 이날 은수미 성남시장을 비롯해 성남개발공사 사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불발됐다. 특위 소속의 윤창현 의원은 대장동 개발 외에 성남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 역시 특혜 의혹이 있다고 지적하며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손대는 것마다 게이트”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대장동 개발은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반격했다. 전날까지 국민의힘 소속이었던 곽 의원의 아들이 대장동 개발을 주도한 화천대유로부터 퇴직금으로 50억원을 수령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 지사 측은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화천대유에서 고문료를 지급받은 사실 등을 강조하며 대장동 개발 사건에서 부당 이득을 취한 것은 국민의힘 측이라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이날 제주상공회의소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화천대유는 토건세력과 결탁한 ‘국민의힘’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하는 행동은 도적 떼(가 하는 행동) 그 자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지사 측은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부당 이득을 취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곽 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특검을 요구하는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해 “화천대유가 누구 것이냐고 외치기 전에 자체 조사부터 하라”며 “곽 의원 아들의 50억원 퇴직금 수령 사실을 사전에 알고도 우리 당의 이 지사를 공격했다”고 비판했다.
여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 “종합적이고 강력한 수사가 필요하다”며 “국가수사본부를 중심으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찰, 국세청, 금융감독원, 국토교통부 등이 참여하는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대장동 개발 의혹은 대선정국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상태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23~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506명을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에 오차범위 ±2.5%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40.5%를 기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최고치다. 이번 여론조사는 곽 의원 아들의 거액 퇴직금 수령 사실이 알려지기 전 실시됐다.
한편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 등 화천대유 투자자들은 곽 의원에게 500만원씩 총 2500만원의 정치후원금을 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대표는 2016년과 2019년 500만원씩 모두 1000만원을 후원했다.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 ‘성남의뜰’ 주주인 천화동인 4호와 5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와 정모 회계사는 2017년 500만원씩 후원했다. 남 변호사의 부인이자 MBC 기자였던 정모씨도 2016년 곽 의원의 500만원 후원금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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