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차 업체 이엘비앤티(EL B&T)와 에디슨모터스의 양자대결 구도로 압축된 쌍용차 인수전 윤곽이 내일(29일) 드러날 전망이다.
28일 완성차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매각 우선협상대상자가 29일 정해진다. 쌍용차 매각 본입찰에 EL B&T와 에디슨모터스, 미국 인디EV가 참여한 가운데 매각주간사 EY한영회계법인이 우선협상대상와 예비협상대상를 각 한 곳씩 선정해 통보할 예정이다.
업계는 EL B&T와 에디슨모터스 양자대결 구도로 압축됐다고 봤다. 인디EV는 인수 금액으로 1000억원 초반대 금액을 써낸 반면 EL B&T가 5000억원대 초반, 에디슨모터스는 2000억원대 후반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유력 인수후보로 꼽혔던 SM그룹은 막판 불참을 선언했다.
EL B&T는 법정관리 전 쌍용차 인수를 타진했던 미국 HAAH오토모티브 창업주가 세운 '카디널원 모터스', 파빌리온 PE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유럽 투자회사로부터 자금을 조달했다는 EL B&T는 쌍용차의 신형 전기차 개발을 앞당겨 정상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자체 보유한 전기차 설계·공정 기술과 배터리 제조 기술을 쌍용차로 이전하고, 기존 보유하고 있는 동남아·중동 수출시장에 더해 카디널원 모터스를 통한 북미 시장 진출까지 단번에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에디슨모터스는 쎄미시스코·TG투자, KCGI(강성부펀드), 키스톤PE와 컨소시엄을 꾸렸다. 에디슨모터스·쎄미시스코·TG투자가 쌍용차 인수와 운영을 맡고 키스톤PE와 KCGI는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한다. 현재까지 약 2700억원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쌍용차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2~3년 내에 추가 자금을 조달할 계획도 갖고 있다.
사업 측면에서는 에디슨모터스가 전기버스에 사용하는 배터리팩·모터 기술과 플랫폼을 활용해 1회 충전 주행 거리가 450~800km 되는 전기차를 생산한다는 복안. 내년까지 10종, 2030년까지 30종의 신형 전기차를 출시하고 3~5년 내에 흑자경영을 달성한다는 구상이다.
양측은 모두 쌍용차의 연 생산량을 30만대 수준으로 늘리고 고용도 유지하겠다고 제시했다. 다만 쌍용차 정상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업계 의구심을 말끔히 해소하진 못한 상태다. 두 후보 모두 쌍용차에 비해 규모가 작아서다. "새우가 고래를 삼키려 한다"는 평까지 나왔다.
EL B&T의 자본금은 30억원, 지난해 매출은 1억원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디슨모터스는 지난해 매출 897억원, 영업이익 2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 2조9297억원, 영업손실 4460억원을 기록한 쌍용차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1조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을 갖춘 SM그룹도 쌍용차에 투입할 자금에 부담을 느껴 본입찰에 불참했다. 쌍용차 정상화에 3조~4조원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라며 "인수 후보자들이 충분한 정상화 역량이 있는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달린다"고 말했다.
한영회계법인은 쌍용차 회생에는 적지 않은 자금이 필요한 만큼 인수금액 외에도 본입찰 참여 업체들의 자금조달 능력 확인에 무게를 두고 향후 사업계획 등을 따져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다음달 초까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11월 중으로 투자계약을 체결한다는 목표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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