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관계자는 “이번 업무협약은 회사가 추진하는 수소사업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민간 주도로 설립돼 ‘한국판 수소위원회’로 불리는 수소기업협의체의 정회원이기도 하다. 최 부회장은 지난 8일 열린 ‘코리아 H2 비즈니스서밋’에 참석해 현대자동차, SK, 포스코 등 대기업 총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14일엔 국내 금속업계 최초로 RE100에 가입했다. 이는 전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100%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로 약속한 기업들로 구성된 글로벌 이니셔티브다.
고려아연의 또 다른 신성장동력은 2차전지 소재다. 고려아연은 2018년 LG화학과 손잡고 배터리 핵심 소재 전구체의 원료인 황산니켈 제조업체 켐코를 설립했다. 또 작년 3월에는 2차전지에 쓰이는 얇은 구리막인 동박 제조업체 케이잼을 세웠다. 일진머티리얼즈와 SK넥실리스가 시장 1위를 다투는 동박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고려아연은 동박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인 전기동과 황산을 생산하고 있어 원료 수급에서 경쟁업체 대비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화학과는 전구체 합작법인(JV) 설립도 추진 중이다.
고려아연의 신성장사업은 ‘오너 3세’로 차기 회장 1순위로 거론되는 최 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다. 1975년생인 최 부회장은 2007년 입사 후 온산제련소 경영지원본부장과 호주 아연제련소(SMC) 사장으로 근무했다. 2019년 3월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고려아연은 최기호 창업주 이후 2세들이 차례로 회장직을 맡았다. 5남 중 장남 최창걸 명예회장에 이어 차남인 최창영 명예회장, 삼남 최창근 회장으로 회장직을 승계했다. 현 최창근 회장은 김부겸 국무총리와 사돈 관계이기도 하다. 최 부회장은 최창걸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고려아연은 ‘은둔의 기업’이라는 이미지에서도 탈피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은 그동안 규모에 비해 기업의 주요 정보가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하지만 수소와 2차전지를 앞세워 대대적인 변신을 꾀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은둔의 기업 이미지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이 올 하반기부터 인사 법무 홍보 등 지원조직을 대폭 확충하는 것도 이 같은 계획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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