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다음달 2일 울산 1~5공장의 주말 특근을 하지 않기로 27일 잠정 결정했다. 9월 들어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다시 악화하면서 평일에도 공장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현대차는 애초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2분기에 정점을 찍은 뒤 3분기부터 나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공장이 몰려 있는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현지 조립라인 대부분이 폐쇄된 것이다.
수급 상황이 가장 심각한 부품은 엔진컨트롤유닛(ECU)이다. ECU 생산에 필요한 반도체 소자는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 등인데, 이들 소자의 생산기지가 말레이시아에 몰려 있다. 동남아 반도체 공장 98개 중 25개가 말레이시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 ST마이크로가 대표적이다.
ECU 부족으로 글로벌 인기 차종인 아반떼, 투싼 등의 생산과 판매가 타격을 받고 있다. 현대차는 주요 생산공장별 적정 재고량의 절반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선 투싼, 동남아에선 아반떼 재고 부족으로 판매를 늘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차의 3분기 실적에도 소폭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대차뿐 아니다. 글로벌 완성차업체 상당수가 다시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달 생산량을 계획 대비 40% 줄인 도요타는 생산 감축이 10월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포드와 독일 폭스바겐, BMW 등도 이달 생산을 줄였다.
컨설팅업체 앨릭스파트너스는 올해 세계 자동차업체의 생산 감소가 770만 대, 매출 손실은 21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최근 추산했다. 지난 5월 전망 때보다 생산 감소는 380만 대, 매출 손실은 1000억달러 늘어난 규모다.
현대차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장기화에 대비해 대체 소자 개발에 나섰다. 174개 반도체 소자의 대체품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ST마이크로는 물론 일본 르네사스 등 주요 MCU 공급업체와 협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반도체 소자 장기 발주도 추진한다. 반도체기업에 내년 물량까지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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