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행 박셀바이오 대표(사진)는 27일 “임상 수행기관이 기존 두 곳에서 다섯 곳으로 늘어나면서 환자 모집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말기 간암 환자 2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2월 시작한 임상 2a상에서는 지금까지 4명의 환자에게 투약을 마쳤다. 내년 중 환자 12명에 대한 데이터가 나오면 이를 공개할 예정이다.
박셀바이오는 지난해 10월부터 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 회사가 개발 중인 NK세포치료제 ‘박스엔케이(VAX-NK)’의 임상 1상에서 말기 간암 환자 11명 중 4명이 암이 더 이상 관찰되지 않는 ‘완전관해’ 판정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 대표는 “임상 2상에서는 투약 용량을 두 배로 늘린 만큼 1상보다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박스엔케이는 우리 몸에 있는 면역세포 중 하나인 NK세포를 대량 배양한 세포치료제다. 환자의 면역세포를 추출해 배양한다. 이렇다 보니 환자에게 투약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소요된다. 해외에선 건강한 사람의 NK세포를 미리 배양해뒀다가 암환자에게 쓰는 ‘기성품(동종)’ NK세포치료제 개발이 한창이지만 아직 허가받은 사례는 없다. 이 대표는 “박스엔케이는 열흘 정도면 생산이 가능한데다 임상에서 동종 치료제 대비 치료 효과가 높았다”고 말했다.
박셀바이오는 NK세포치료제 개발 기간 동안 수익을 낼 캐시카우 마련에도 나섰다. 지난 23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반려견 항암제(박스루킨-15)에 대한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이 대표는 “반려견의 면역세포 활성도를 높여주는 면역항암제”라며 “국내에서만 내년 25억원, 제품이 시장에 자리를 잡는 2025년엔 3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차세대 후보물질(파이프라인) 개발에도 나섰다. 박셀바이오는 유도탄처럼 암세포를 정밀하게 추적하는 수용체 유전자를 NK세포에 집어넣은 CAR-NK 세포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녹십자랩셀 등 국내외 바이오기업도 암세포 살상력을 높인 CAR-NK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이 대표는 “최대 3개 암 항원을 추적할 수 있는 CAR-NK를 개발 중”이라며 “내년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식약처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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