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내년까지 지속하고 그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강도 높은 조치를 단계적으로 시행해 나가기로 했다. 다음달 발표될 가계부채 대책은 차주 상환능력평가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2023년 7월 이후까지 단계적으로 강화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앞당겨 시행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금융위는 금융권 가계대출에 대해 잔액 기준으로 연간 증가율 5~6% 선에서 묶는 총량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내년 이후엔 연평균 4% 이내에서 관리하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목표다. 올 하반기부터 대출 규제가 크게 강화되면서 목표치를 초과한 일부 은행에서 신규 대출이 중단되는 등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8월 기준 가계대출 증가율이 전년 동월 대비 9.5%에 달해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위는 다음달 발표할 추가 대책에서 대출 심사 때 상환능력평가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고 위원장은 “상환능력을 초과하는 대출을 받아 변동성이 큰 자산에 무리하게 투자하는 것은 자칫 ‘밀물이 들어오는데 갯벌로 들어가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대출 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은 본인이 대출을 감당하고 안정적으로 상환할 수 있느냐가 돼야 할 것”이라며 “다음달 초나 중순께 발표할 가계부채 추가 대책도 상환능력평가 실효성 제고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환능력평가의 핵심 수단으로는 DSR 규제의 조기 확대가 유력하다. 금융위는 올 7월부터 전체 규제지역에서 6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주택담보대출을 받거나 연소득과 관계없이 총 1억원을 초과한 신용대출을 받을 때 차주 단위 DSR 40%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즉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지 않도록 그만큼 대출 한도를 축소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DSR 규제를 내년 7월부터 적용 대상을 총대출액 2억원 초과 차주로 확대하고, 2023년 7월 이후엔 1억원 초과 차주까지 전면 시행할 계획이었다.
고 위원장은 간담회 직후 취재진과 만나 “(상환능력평가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방안이) DSR과 관련한 내용일 수 있다”면서도 “앞으로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대출이 이뤄지는 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한 각종 제도적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고 위원장과 비슷한 시각을 드러냈다. 김영일 나이스평가정보 리서치센터장은 “8월 현재 전세대출 잔액은 전년 동기 대비 22.3% 급증해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다”며 “전셋값이 급등한 게 주된 원인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임차인의 레버리지 확대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어 정교한 규제 설계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 관계자도 이에 대해 “국민은행이 최근 전세 갱신 시 보증금 대출 한도를 실제 증액분으로 제한한 건 상당히 고무적인 사례”라며 “다른 은행에서도 비슷한 조치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고 위원장은 증권사 신용융자의 축소 가능성도 언급했다. 고 위원장은 “증권사가 관리를 잘하겠다고 했다”면서도 “동향을 봐가며 필요하면 추가 보완대책을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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