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복용 기간이 늘어날수록 A씨는 강한 부작용을 느꼈다. 손발이 저린 것은 물론 한 번은 아예 마비 증상이 오기도 했다. A씨는 그제야 처방받은 약이 마약성 식욕억제제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처방받을 때라도 마약성이라는 사실을 알려줬다면 먹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런 성분이 포함된 식욕억제제를 다량·장기 복용 시 환청, 망상, 환각, 중독 등 마약과 동일한 부작용을 겪기도 한다. 2019년 배우 양모씨가 펜디메트라진 성분의 식욕억제제 8알을 한꺼번에 먹고 환각 증상을 일으켜 도로에 뛰어든 사건도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은 A씨와 같이 식욕억제제의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리서치와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성인남녀 10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식욕억제제 중독 위험성을 알고 있는 사람은 22.5%에 불과했다.
문제는 단순히 ‘효과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마약성 식욕억제제를 찾는 사람이 최근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이다.
청소년 복용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틱톡, 트위터 등 10대들이 주로 이용하는 SNS에 ‘10대 펜타민 복용 후기’ 등을 올리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마약성 식욕억제제의 경우 만 16세 미만 청소년에겐 아예 복용이 금지되고 있는 실정인데도 그렇다.
식약처는 “지난 3월 의료쇼핑방지정보망을 구성해 환자들의 이력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놨다”면서도 “문제는 마약류 처방 전 의사가 이를 확인할 의무가 법적으로 없어 사용률이 매우 저조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환자들이 법망을 피해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쇼핑하지 못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놨으나 이를 의무화하는 법 제정이 미비해 의료 현장에서 쓰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시스템 개선과 홍보를 통해 약물 오남용을 막기 위해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의사가 처방전에 질병코드를 ‘비만’으로 분류하면 저체중이나 정상체중 환자에게도 약물이 사용되는지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현실적으로 오남용을 완벽하게 막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