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회에 따르면 각 상임위원회는 다음달 1~21일 행정부 전반에 대한 국감을 하는데 자료 요청 숫자가 예년보다 대폭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대관업무를 하는 한 공공기관 직원은 “국회가 우리 기관에 요구한 자료요청 건수가 작년에 비해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며 “다른 기관 역시 전반적으로 줄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감기관들 사이에선) 상대적으로 ‘편한 국감’이 될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
그나마 줄어든 자료 요청도 상당 부분 이재명 경기지사 관련 ‘대장동 의혹’이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연루가 의심되는 ‘고발 사주 의혹’과 관계된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부 감사가 아니라 ‘대선 후보 감사’로 흐를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차원에서 ‘이번 국감은 이 지사의 대장동 게이트 국감’이라고 규정하고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며 “다른 정책적인 내용으로 질의 자료를 만들어선 별 관심을 못 받을 거 같다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이 지사와 관련된 행정안전위원회 등 몇몇 상임위를 제외하곤 작년에 비해 좀 풀어진 분위기”라며 “(여야 모두) 자기 당 후보를 지키고 상대 당 후보를 공격하는 데 집중하는 국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통상 국감 전 각 상임위 의원과 보좌관들은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에 감사 자료를 요청한다. 행정부의 정책 실패를 파헤치기 위해서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의원이나 의원실 보좌진 상당수가 대선주자 캠프에 ‘올인’하다시피 하고 있는 점도 ‘맹탕 국감’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실제 여야 의원 대부분은 이미 특정 후보 캠프에 소속돼 있다. 대선주자 캠프에서 일하는 한 보좌관은 “캠프 내에서 후보를 위한 홍보활동을 하거나 정책을 만들다 보니 다른 일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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