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의 대출 중단으로 다른 시중은행의 대출이 늘어가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금융당국은 "은행 자체적으로 관리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다음달초 추가 가계부채 대책을 통해 가계부채 관리에 대한 의지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때문에 대출 상품의 판매 자체가 중단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의 대출 중단 여파가 다른 은행권으로 옮겨붙고 있다. 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68조8297억원(23일 기준)으로 지난해 말보다 4.31% 늘었다. 농협은행(7%), 하나은행(4.8%)에 이어 세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로써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잔액은 700조6574억원(23일 기준)으로 지난해 말 보다 4.57% 증가했다.
국민은행은 29일부터 전세자금대출과 집단대출 한도를 대폭 줄인다. 전세계약을 갱신하는 세입자에 대해 전체 보증금의 80%까지 받을 수 있었던 대출 한도를 보증금 상승분으로 제한하는 게 골자다.
예를 들어, 4억원의 전세집에 살면서 2억원 대출을 받았던 세입자가 계약 갱신 후 전세가 6억원으로 올랐다면, 추가 대출은 보증금 상승분(2억원)까지만 받을 수 있다. 이전에는 6억원의 80%인 4억8000만원에서 기존 2억원을 뺀 2억8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했다. 세입자 입장에선 대출 한도가 8000만원 줄어든 것이다.
집단대출 중 입주 잔금대출의 담보 기준도 '분양가나 KB시세, 감정가액' 중 최저금액으로 변경된다. 대부분 분양가가 기준이 되면서 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로 다른 은행의 대출을 국민은행으로 갈아타는 대환대출도 막는다. 국민은행은 이같은 조치에도 대출 증가세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일부 대출 상품의 판매도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하나은행도 가계대출 관리에 나서면서 10월부터 모기지신용보험(MCI)·모기지신용보증(MCG) 등 신규 판매를 한시적으로 제한한다. 여기에 하나은행과 계약을 맺은 대출모집법인 6곳 중 3곳이 할당받은 대출한도를 넘겨 더 이상 대출 취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 법인을 통한 전세 및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취급이 한시적으로 중단된 것이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대비 각각 3.72%, 2.61%(각 23일 기준) 증가하면서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대출 중단 여파로 쏠림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 대출이 가을철 이사 수요 등으로 하반기에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농협처럼 대출 중단 사태가 다른 은행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5~6%)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고 위원장은 "올해 목표는 그간 6%대에서 관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씀드렸는데 그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대출 총량관리 문제나 상환능력 범위 대출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추가 대책에 담을 것"이라고 했다.
금융당국은 다음달 초중순에 가계부채 추가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모든 가계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 합계가 연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 규제를 앞당기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진다. 고 위원장은 DSR 규제의 시행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적극 시사했다. 그는 '다음달 가계부채 추가대책의 핵심이 차주 상환능력 평가 제고라는 것은 DSR 조기 확대를 뜻하는가'라는 질문에 "DSR 관련 내용일 수 있다"고 했다.
지난 7월부터 차주가 1억원 넘게 신용대출을 받거나 규제지역에서 시가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DSR 40%가 적용됐다. 내년 7월부터는 추가로 금융권 대출액이 총 2억원을 넘으면 DSR 규제 대상이 된다. 2023년 7월부터는 총대출액 1억원 초과자가 규제 대상이다.
그는 "10월 중 발표할 가계부채 대책은 (차주의) 상환능력 평가 실효성 제고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상황이 변해도 본인이 대출을 감당하고 안정적으로 상환할 수 있느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계부채 감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도 재확인했다. 고 위원장은 "우리 경제·금융시장의 가장 큰 잠재 리스크인 가계부채에 대해 강도높게 대응해 나가겠다"며 "(대출) 총량관리 시계를 내년 이후까지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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