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 돌풍과 함께 정치권에서 거듭 언급되는 것과 관련해 연출자인 황동혁 감독이 입장을 밝혔다.
황동혁 감독은 28일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정치권의 잇따른 언급에 창작자로서는 부담이 없냐"는 질문에 "이미 제 손을 떠난 영역"이라고 답했다.
황 감독은 "감독이, 창작자가 작품을 세상 밖으로 내놓으면, 그 이후 수용자들이 이용하는 건 그들의 영역"이라며 "허경영 씨가 이용하고, 국회의원 아들이 자신을 '오징어게임'의 말이라고 언급하는 것에 대해 제가 입장을 내는 건 창작자로서의 태도가 아닌 거 같다"고 말했다.
앞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불거진 화천대유에서 근무하다 50억 원의 퇴직금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된 곽상도 의원의 아들 곽모 씨는 입장문에서 "저는 너무나 치밀하게 설계된 오징어 게임 속 '말'일뿐"이라며 "제가 입사한 시점에 화천대유는 모든 세팅이 끝나 있었다. 설계자 입장에서 저는 참 충실한 말이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곽 씨는 "대장동 사건의 본질이 (화천대유가) 수천억 원을 벌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설계의 문제냐, 그 속에서 열심히 일한 한 개인의 문제냐"면서 2015년 6월 입사 후 2018년 2월까지 매달 233만 원, 2018년 3월∼9월 333만 원, 이후 2021년 1월까지 383만 원의 세전 급여를 공개했다.
또한 문제가 된 퇴직금에 대해서는 "2020년 6월 퇴직금을 포함해 5억 원의 성과급 계약을 체결했다"며 "2021년 3월 퇴사하기 전 50억 원 지급으로 성과급 계약이 변경됐다"고 해명했다.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는 '오징어게임'에서 등장한 게임을 패러디해 '허경영 게임'을 내세워 대선 공약을 홍보했다. 득표율 50% 이상으로 당선 시 18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1억 원과 매월 15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공약을 걸었다. 뿐만 아니라 '오징어게임'에서 노출된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1억 원에 사겠다고 나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국민의힘 대권 주자 홍준표 의원은 몇몇 정치인들을 비난하면서 '오징어게임'의 주요 장면을 폭로해 스포일러 논란이 불거졌다.
홍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 대선판이 마치 '오징어게임'처럼 흐르고 있다"며 "온갖 비리를 저지르고 루저가 돼 막판에 몰린 사람들이 '오징어게임'에 참가해 목숨을 걸고 거액의 상금을 노리는 니전투구(泥田鬪狗)판이 돼 가고 있다"면서 극중 등장한 주요 장면과 사건을 기술했다.
정치권의 언급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전화번호 공개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거듭 사과했다.
극중 게임장으로 인도하는 의문의 남성이 건넨 명함 속 번호가 실제로 사용되는 번호였고, 번호 주인이 "드라마 공개 후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쉴 새 없이 연락이 온다"고 고통을 토로했다.
황 감독은 "없는 번호라고, 팩스번호라고 해서 사용했는데 해당 번호가 연결돼 피해자가 발생할 줄 예상하지 못했다"며 "끝까지 자세히 체크를 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와 더불어 극중 등장한 통장 번호에 대해서도 "제작진 중 1명의 번호였다"며 "그 친구의 계좌 번호를 사용하기로 합의하고 사용했는데, 요즘 그 친구 통장에 456원이 들어오고 있다고 하더라.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없애려 한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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