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치권에서 '우먼 파워'가 거세다. 연방하원 총선거에서 처음으로 성전환(트랜스젠더) 여성 의원이 탄생했고 베를린 시장도 여성이 당선인에 이름을 올렸다.
27일(이하 현지시간) 독일 국제방송 DW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연방의회 총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첫 여성 시장이 당선됐으며 성전환 여성도 의원으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수도 베를린시에서는 최초로 여성 시장이 나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베를린이 동서로 나뉘었던 1949∼1951년 여성인 루이즈 슈뢰더가 서베를린 시장을 지낸 바 있으나 동·서독 통일 이후로는 처음이다.
베를린시 선거관리위원회의 잠정 집계에 따르면 사회민주당(사민당)이 베를린시의회 선거에서 21.4%의 득표율로 승리를 확정했다. 이로써 사민당 소속 후보 프란치스카 기파이(43)가 시장으로 선출, 연립정부 구성에 나선다. 개표 초반 1위로 올라서기도 했던 녹색당은 18.9%의 득표율에 그쳐 제2당이 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기파이는 앙겔라 메르겔 총리 시절 대연방에서 여성·청소년부 장관직을 맡은 인물로 한때 사민당 차기 총리 후보로도 거론됐지만,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에 휘말려 지난 5월 장관직에서 사퇴한 바 있다. 그러나 베를린 시장 후보직은 유지해 같은 당 마이클 뮬러 현 시장의 자리를 물려받게 됐다.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에서는 여성 주지사 마누엘라 슈베지히(47)가 재선에 성공했다. 슈베지히는 2017년 7월 에르빈 젤러링 전 주지사가 지병으로 물러나면서 그 뒤를 이은 인물로 이번 선거에서도 사민당이 39.6%를 득표해 압도적으로 승리하며 슈베지히가 주지사가 됐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오늘 저녁은 여성들의 것”이라고 자축했다.
특히, 독일 의회 역사상 처음으로 성전환 여성 의원도 탄생했다. 녹색당 후보로 나선 테사 갠서러(44)와 나이크 슬라윅(27)의 이야기다.
남동부 바이에른주의 뉘른베르크에서 녹색당 당선인이 된 갠서러는 2013년부터 바이에른 지방 의회 의원으로 활동했으며 지난 2018년 성전환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슬라윅은 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서 당선됐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직도 믿기지 않지만, 이 역사적인 선거 결과로 나는 확실히 차기 연방 하원의원이 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34세 한국계 독일인 여성도 예원 리(이예원)씨도 자신의 고향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NRW)의 아헨시 1선거구에 지역구 의원으로 연방의회에 입성하게 됐다.
부모가 모두 한국인인 리 씨는 한국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 부모님을 따라 독일로 이민을 갔다.그는 2005년부터 지역 사민당에서 청년 당원으로 활동을 시작했고 2013년 사민당 울라 슈미트 NRW 주 하원의원 밑에서 1년여간 일한 뒤 이듬해 아헨시 시의원에 당선됐다.
6년간 아헨시 시의원으로 활동하던 리 씨는 올해 자신의 고향에서 연방하원의원에 출마했고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독일 연방 의회에 입성하게 됐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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