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괴롭힘 사건 골치아프시죠? 이럴 땐 이렇게…

입력 2021-09-28 17:56   수정 2021-10-05 16:13



오는 10월 14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사용자의 조치 의무를 한층 강화하는 방향의 근로기준법 개정 법률이 시행됩니다.

주목할 점은 지금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에 대한 신고 및 인지 시 지체 없이 조사를 실시하지 않더라도 이에 대한 과태료 부과 등 제재규정이 없지만 개정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신고를 접수하거나 인지했음에도 지체 없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객관적’ 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입니다.

지난 2019년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도입 이후 많은 사업장에서 관련 신고를 접수하거나 사건을 인지해 조사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글은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 국내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는 행복한일 연구소(노무법인)가 다수의 사건 조사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발생했을 때 조사 착수·실시 단계에서 조사자 또는 회사가 알아야 할 실무 팁을 Q&A형식으로 정리했습니다.


Q. 인사팀장입니다. 다른 팀 직원이 사석에서 같은 팀 과장의 행동으로 인해 괴롭다고 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된 경우에도 사용자가 인지한 것으로 보고 지체 없이 조사에 착수해야 하나요?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2항에서는 사용자는 괴롭힘 발생 사실에 대하여 신고를 받은 경우 뿐 만아니라, “인지”한 경우에도 지체 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인지의 사전적 개념은 ‘어떤 사실을 인정하여 앎’이라는 뜻입니다. 위 사례에서 인사팀장은 괴로움을 겪고 있는 직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사팀장은 그가 사내 조사 담당자라면 해당 건에 대하여 지체 없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그 사실 확인을 위한 객관적인 조사를 실시할 의무를 지게 됩니다.

다만 사석에서 그러한 고충을 이야기한 직원의 입장에서는 동료에게 한 단순한 푸념이나 하소연이었을 수도 있고 적극적인 조사 개진에 대한 의사가 없을 수도 있는데, 인지 조사를 실시한다고 하여 곧바로 행위자로 지목된 사람을 불러 조사를 할 경우에는 오히려 분란을 초래하거나 해당 직원을 보호하지 못하게 될 위험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 인사팀장은 조사 의무 이행의 차원으로 해당 직원을 먼저 만나 상담 등을 진행하면서 사내 직장 내 괴롭힘 조사 프로세스에 대하여 설명하고, 해당 직원이 원하는 절차대로 조사를 진행하여야 할 것이며, 필요한 경우 별도로 신고서를 받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근로자(이하 '피해근로자 등')가 ‘조사 과정 중’ 행위자와의 분리 조치를 원하는 경우, 행위자에 대해 다른 부서나 지역으로 발령이 가능할까요?

조사 기간 동안 피해근로자 등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선에서 피해근로자 등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합니다. 그 조치는 피해근로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해당 피해근로자 등에 대하여 근무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의 적절한 조치라고 법은 규정하고 있습니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3항)

즉, 법률상 의무가 부여된 조사 과정에서의 피해근로자 등에 대한 보호 조치는 피해근로자 등을 대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조사 과정 중 행위자로 지목된 근로자에 대한 인사이동 등의 조치는 피해근로자 등이 원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조치를 하여야 할 법률상 의무가 없고, 나아가 행위자로 지목된 근로자에 대한 부당한 인사발령 등의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Q.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받고 조사를 진행하던 중 조사 과정에서 행위자로 지목된 자가 피해근로자 등으로부터 본인도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당사자 일방이 타방에게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가 일반적일 것이나, 행위자에 대한 조사를 하다보면 본인도 피해근로자등에 의하여 괴로웠다고 주장하거나, 이에 더하여 본인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별건으로 신고를 하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 조사자는 행위자의 주장을 본인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한 방편으로 치부하여 이를 묵과하거나 덮어두려는 우를 범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조사자는 행위자로 조사받는 근로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 신고 프로세스를 알리고, 신고 및 조사 여부를 해당 근로자와 타진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일 조사를 원한다면 이는 별건으로 새로운 조사를 해야 할 것입니다.


Q. 조사 진행 중 노동청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 건으로 진정이 접수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조사를 계속해야 하나요?

근로자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회사에 신고할 수도 있고, 회사의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거나 조사 결과에 불복한다는 이유로 관할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질문과 같은 경우에는 이미 사내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것을 근로감독관에게 알리고, 사내 조사 절차를 성실히 이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근로감독관은 조사의 객관성을 요구하고 간혹 사내 조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재조사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조사 과정에서 당사자등의 진술이 엇갈리는 등으로 사실 확정이 모호한 경우에는 참고인 조사 및 증거 확보 등을 통하여 최대한의 사실 확인 조치를 하고 이에 대한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조사보고서 등을 작성해 사실 확인 및 괴롭힘 인정 여부에 대한 회사 측의 판단을 서면으로 작성해 제출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필요한 경우 외부 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하는 것도 객관성 확보의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백준기 공인노무사/행복한일 연구소·노무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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