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서 일동후디스 '키성장 간식' 신드롬

입력 2021-09-28 17:08   수정 2021-10-07 16:21


일동후디스의 성장·발육 분유 ‘하이키드’가 베트남에서 대박을 쳤다. K식품 열기 속에서 아이 키에 유달리 집착하는 베트남 부모의 니즈를 파고든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선 단백질 음료 ‘하이뮨’ 매출이 급증해 그동안 주력이었던 분유와 맞먹는 규모로 성장했다. 두 제품의 국내외 활약에 힘입어 일동후디스는 올해 사상 첫 매출 2000억원 고지를 돌파할 전망이다. 경쟁 유제품 업체들이 저출산과 코로나19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과 대비된다.
베트남 엄마 사로잡은 ‘하이키드’
저출산은 분유가 주력 제품이었던 일동후디스의 최대 위협 요인이었다. 2016년 1500억원대였던 매출은 3년 연속 감소해 2019년 11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커피 시장에도 진출했지만 이미 과당 경쟁 시장이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일동후디스는 베트남에서 불기 시작한 K식품 열기를 눈여겨봤다. 하지만 분유로 승부하기는 만만치 않은 상황이었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인 베트남 분유 시장은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이었다. 글로벌 브랜드인 압타밀, 엔파밀, 노빌락 등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었다. 국내 분유 브랜드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잇달아 고배를 마셨다.

일동후디스는 2000년께 국내에 출시해 인기를 끌었던 어린이·청소년 영양균형식 하이키드를 떠올렸다. 1세부터 고등학생까지 성장하는 아이들의 키에 관심이 높은 부모 심리를 겨냥해 선보인 제품이었다. 시장 조사를 해보니 베트남 부모의 핵심 니즈와 맞아떨어졌다. 일동후디스는 베트남에 하이키드를 내놓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하이키드는 베트남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가파른 성장세를 탔다. 지난해 현지 매출은 298억원으로, 전년 대비 68% 증가했다. 올해는 4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일동후디스는 하이키드 제품군을 확대하며 베트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어린이 영양 균형 맞춤우유 ‘하이키드 킨더밀쉬’, 어린이용 유산균 ‘하이키드 유산균7’, 캔디 형태의 영양 간식 ‘하이키드 밀크 츄어블’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최근엔 베트남에서 인기가 높은 ‘미스트롯’ 출신의 어린이 트롯가수 임서원과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 수비수인 두유맹을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일동후디스는 베트남 시장에서의 성공을 토대로 캄보디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주력 제품으로 성장한 ‘하이뮨’
국내에선 단백질 음료 하이뮨이 인기다. 지난해 2월 선보인 하이뮨 매출은 1년여 만에 급증해 최근 주력 제품인 분유와 맞먹을 정도로 성장했다. 지난해 하이뮨 매출은400억원이었다. 올해는 전년 대비 100% 성장이 목표다.

2018년 매일유업이 단백질 음료 ‘셀렉스’를 내놓자 식품업계가 잇달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일동후디스는 지난해 2월에야 시장에 뛰어든 후발주자임에도 빠르게 시장을 확대해 가고 있다. 트롯가수 장민호를 내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제품은 홈쇼핑과 온라인 쇼핑몰에서만 판매했다. 코로나19 상황에 맞춘 유통 전략이었다. 하이뮨은 셀렉스에 이어 국내 단백질 음료 시장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일동후디스 관계자는 “국내에서 하이뮨의 인기가 치솟자 베트남, 중국 등 여러 국가에서 수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하이뮨과 하이키드 인기에 힘입어 올해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40%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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