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력 대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더 머니이스트-Dr.J’s China Insight]

입력 2021-09-30 14:25   수정 2021-09-30 15:36


지금 세계금융시장의 문제는 미국의 달러부족과 중국의 전기부족
세계 금융시장에서 양대 문제아는 미국과 중국입니다. 세계 1위의 부채 규모를 자랑하는 금융대국 미국은 부채 한도 때문에 주가가 떨어졌습니다. 세계 1위의 탄소배출을 자랑하는 제조대국 중국은 전기공급 부족으로 주가가 폭락했습니다. 영국은 연료부족, 독일은 가스부족, 중국은 전기부족, 미국은 달러부족으로 난리입니다. 이러한 대국의 번뇌가 대국에 그치지 않고, 전세계로 확산된다는 게 문제입니다.

국가 정책은 한번 헛발질 했다 하면 후회해도 약이 없습니다. 중국의 이번 전기 부족 사태는 탄소 배출 1위 중국의 탄소중립목표와 에너지 소비 감축정책이 세계의 공장이라는 특성과 충돌하면서 발생한 문제입니다. 산업과 환경 생태계는 공산당이 계획한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닙니다. 중국에서 때 아닌 전력난이 벌어지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요?

미국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들고 나오자 중국은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경쟁할 것은 경쟁하면서 '인류운명공동체' 건설을 위해 일하겠다고 폼나게 떠들었습니다. 협조할 것의 1번을 바이든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기후협약과 탄소중립으로 잡았습니다.

중국은 2030년에 탄소피크(??峰)를 달성하고 탄소중립(?中和)은 다른 나라보다 늦은 2060년으로 목표기간을 길게 잡았습니다. 하지만 당장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2021년과 향후 5년의 에너지소비 감축목표를 각각 -3%, -13.5%로 설정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대국의 체면과 당장 목구멍이 포도청인 에너지 다소비형 제조산업중심의 개도국의 현실이 충돌했습니다. 중앙 정부의 올해 에너지 소비감축목표를 맞추지 못한 곳은 총 9개성입니다. 이들은 환경설비를 갖추고 산업구조를 수정해 에너지소비를 줄이고 탄소배출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것이 아니라, 급하다고 바로 에너지 다소비산업과 에너지 다소비지역에 제한 송전(限?)을 해버렸습니다.

에너지 소비와 탄소배출량을 줄이기는 했지만, 이 바람에 전력대란으로 공장이 감산하고 심지어 생산중단을 하는 등 난리가 났습니다. 지금 중국 언론과 상장회사들 공시에는 생산제한, 가동중단, 제한 송전,에너지소비 양대 억제정책("限?"、"停?"、"限?"、"能耗?控")이라는 단어가 난무하고 있습니다.
중국 전력 대란의 단초는 성(省)별 "에너지감축 평가표"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매년 3월 양회의에서 한 해 경제목표를 발표합니다. 그리고 5년마다 달성할 경제목표도 내놓습니다. 중국이 시장경제가 아니라 계획경제라는 전형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중국은 한번 발표한 목표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성합니다. 과거 일부 지방성에서는 목표치에 미달하면 수치조작을 해서라도 채우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서방 세계가 중국의 통계를 못 믿겠다고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금 중국의 전력대란을 만든 주범은 바로 '에너지사용감축 목표'라는 항목입니다. 중국은 다른 나라들 보다 탄소중립(?中和)목표를 2060년으로 늦게 잡았지만, 탄소중립을 국내외 대대적으로 선전했습니다. 세계 탄소배출량의 31%를 차지하는 현실을 빨리 탈피하기 위해서 올해를 탄소중립(?中和) 목표 달성의 원년으로 삼고 강하게 에너지사용감축 드라이브(能耗?控)를 걸었습니다.

최근 5년간을 보면 2018년까지는 에너지 감축 목표를 달성했지만, 2019년에 처음으로 목표를 미달했습니다. 지난해는 코로나로 특수상황이었으니까 넘어갈 수 있지만, 올해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올해부터 강공을 날린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기획재정부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중국의 국가경제계획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가 매분기마다 31개 성의 에너지 총사용량과 단위당 사용량을 얼마나 줄였는지 평가표를 만들어 분기별로 점검하고 결과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바로 현재 중국의 전력대란을 주도한 셈이 됐습니다.

발개위가 성별 에너지사용 평가표를 들이대서 지방성을 압박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아래의 차트 때문입니다. 중국의 에너지사용 목표치를 보면 역대로 항상 목표치를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말에는 분기별로 보면 에너지사용이 급속히 늘었고, 이런 추세면 올해를 탄소중립 원년으로 삼고 싶어하는 시주석의 의도와는 달리 첫해부터 목표를 미달할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2분기부터 세게 밀어 붙여 상반기에 -3% 수치를 무리하게 맞춘 것입니다.



발개위의 상반기 31개성별 에너지사용 평가표에서 홍색경고를 받은 9개의 성(省: 붉은색)은 난리가 났습니다. 경고를 받은 성(省: 노란색)의 지도자는 3분기에도 홍색경고를 받으면 탄소중립정책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누명을 뒤집어 쓰게 됩니다. 탄소중립정책은 시진핑 주석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협상카드로 중요합니다. 결국 여기에 해당하는 지도자들은 내년에 있을 인사에도 불이익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에너지 사용량 축소와 단위당 사용량 감축은 산업구조 전환과 에너지절감 설비 도입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하지만 당장의 압박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지방성 지도자들은 무식한 방법 두 가지를 동원해 수치를 맞췄습니다.

첫째, 에너지 다소비산업(?高)에 대한 '생산 제한(限?)조치'입니다. 철강, 시멘트, 화학, 알루미늄, 공업용 실리콘, 석탄, 전력산업에 생산 제한을 가한 것입니다. 홍색경고를 받은 성(省)중 하나인 윈난성의 경우 화학 제품의 9~12월 생산량은 8월의 10%를 초과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섬서성은 에너지 다소비산업의 생산량을 8월의 60%, 50%로 축소하도록 지시했습니다.

둘째는 '전력 송전 제한(限?) 조치'입니다. 아예 공장을 돌리지 못하도록 전기공급을 제한하는 것입니다. 주요 에너지 다소비 공장이 많은 지역의 도시에도 제한 송전을 해버린 것입니다. 도시에서 불 꺼진 가로등 사진이 언론에 등장한 이유입니다.

중국의 주요 공업지역이자 경제중심지인 광동, 장수, 복건성이 에너지총량과 단위당사용 두개의 지표에서 모두 경고를 받은 지역이다보니 이들 지역에도 난리가 났습니다. 굴뚝산업이 많은 흑룡강성, 요녕성 같은 동북지역도 경고 대상이라서 성정부는 전기 공급을 제한했습니다. 생산은 축소되고 도시는 가로등 불빛마저 꺼지면서 암흑도시가 된 것입니다. 경고등이 켜진 19개성이 생산제한과 송전제한 조치를 하다 보니 3분기에 중국 경제전체가 휘청거리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호주 석탄수입 금지가 전력 대란의 원인이라는 것은 '과장'
중국 에너지소비구조를 보면 과거에 비해 많이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석탄이 5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어 석유가 19%, LNG가 8%, 신재생에너지가 15%선입니다. 중국의 전력 생산비중을 보면 화력발전이 72%나 됩니다. 수력발전은 14%선이고 원자력은 5%입니다. 말 많은 풍력·태양광 같은 신에너지가 엄청난 것 같지만, 아직 발전시장점유율은 9%대에 그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의 발전산업에선 석탄이 중요합니다. 중국은 전세계 석탄발전시장 점유율이 53%나 됩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에너지 중 석탄의 비중은 낮아졌지만, 절대 석탄 발전량은 1.7% 증가했고 세계 석탄 발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년전보다 9%포인트나 상승했습니다. 중국이 신에너지 투자를 늘리고는 있지만 여전히 역부족입니다. 전세계가 탄소중립을 외치는 판국에 지난해 중국은 G20국가 중 석탄 발전량이 늘어난 유일한 나라로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언론에선 이번 중국의 전력대란은 중국이 호주와 싸우면서, 호주에 대한 보복으로 호주산 석탄수입을 중단한 것이 전력부족의 원흉인 걸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팩트 체크를 제대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의 지난해 석탄생산은 19억6000만톤에 달했고 수입량은 1억9000만톤입니다. 중국의 석탄 수입비중은 대략 10%선입니다. 역대 최대였던 2017년엔 14%였습니다. 국내에서는 중국이 호주에서 최대 수입을 한다고 보도됐지만, 중국의 최대 석탄수입국은 호주가 아니라 인도네시아입니다.




8월 누계기준으로 지난해 중국은 호주로부터 7043만 톤을 수입했습니다. 총 수입량의 32%를 호주로부터 수입했고 올해엔 0%였습니다. 중국의 수입 1위 국가는 1만228만톤을 수입해 46%를 차지한 인도네시아입니다. 올해 호주 수입은 0%였지만 인도네시아의 점유율은 62%로, 러시아는 10%에서 19%로 점유율이 높아졌습니다. 올해 중국의 석탄 전체 수입량은 11% 감소했습니다.

중국의 호주로부터의 석탄 수입량은 중국 전체 공급량의 3.2%에 불과합니다. 올해 호주로부터 수입 중단에 따른 수입량 감소 11%의 영향은 중국 전체 석탄 공급량의 1%에 불과합니다. 이것 때문에 중국에 전력 대란이 왔다는 것은 맞지 않는 추정입니다.

지난번 9월17일자 칼럼("중국 경제, '돼지'가 아니라 '석탄'이 문제다")에서 설명한 적 있지만, 이번 발전소 발전량의 문제는 중국 당국의 석탄생산 감산 조치와 서부 지역의 강우량 부족으로 영향을 크게 받은 것입니다. 호주산 수입탄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중국의 이번 전략대란은 중국전역 31개성 전부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에너지소비감축 목표 2개를 모두 맞추지 못한 9개 성과 1개 지표를 맞추지 못한 10개성에서 심하게 전력공급을 통제하면서 발생한 문제입니다.



올해 중국의 전체 전력생산량과 화력발전량은 두자리 수 성장을 지속했고, 마이너스가 나온 적은 없습니다. 8월에 중국의 산업별 전기사용량을 보면 제조업이 다른해에 비해 유독 성장률이 낮습니다. 3분기에 문제가 된 19개성이 에너지 사용량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제조업에 송전 제한을 한 것이 전력 대란을 부른 것입니다.


중국 정전사태의 끝은 석탄가와 고로가동율로 판단하라?
?중국의 이번 전력 대란은 내부적으로는 석탄, 철강, 화학, 시멘트, 알미늄 등의 가격폭등을 불러왔고, 이것이 생산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구매관리자지수(PPI)는 13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쌍순환경제'의 기치를 내걸고 '내수중심 성장'을 추진한 중국 정부는 예상치 못한 '탄소 중립의 덫'에 걸렸습니다. 중국엔 "중앙에 정책이 있으면 지방에는 대책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앙 정부의 목표 맞추기에 지방정부는 조업중단, 전력공급중단으로 맞서는 형국이 벌어졌습니다.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의 강한 추진으로 모빌리티의 현저한 저하로 소비가 한 자릿수로 떨어져 경제가 비상이 걸렸습니다. 여기에 의도치 않은 전력공급제한에 따른 경제 충격이 도래한 것입니다. 만약 이런 송전 제한, 조업 축소를 4분기에도 지속한다면 중국 투자은행(IB)들은 대략 1.1~1.6%정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하락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지방 정부의 헛발질에 당황한 중앙정부는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예상할 수 있는 경기하강 대책은 첫째, 경기하강을 막기위한 단기 유동성 공급과 지준율 인하 입니다. 둘째, 석탄생산제한을 풀고 전력공급제한을 중앙정부차원에서 관리하면서 전력공급량을 단계적으로 늘릴 것으로 보입니다. 셋째, 급등한 석탄, 철강, 화학, 시멘트, 알루미늄 가격에 대해서는 창구지도, 행정지도, 매점매석 단속, 정부재고 방출 등을 통해 가격 안정화를 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중국의 전력 대란을 언론은 세계 공급망의 대혼란이라고 보도하고 있지만 과장이 심해 보입니다. 사회주의 국가 중국의 계획경제 시스템에 내재한 문제점이고, 지방 정부의 의도하지 않은 헛발질이 만든 사고라고 봐야합니다.

중국의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무리한 송전제한, 생산제한의 목표치를 조정하거나 성별관리를 국가전체 관리로 바꿔 목표달성이 어려운 지역은 목표치를 낮추고, 쉬운 지역은 목표치를 올리는 방식으로 관리방식을 전환하면 빠른 시간내에 공급애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태의 해결의 지표는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석탄가격과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철강업계 고로가동율에서 변곡점이 언제 나오는지를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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