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는 2030의 엔트리카(생애 첫차)로 부족함이 없는 차였다. 귀여운 외양, 공간 활용성, 경차 최초로 전 트림(세부 모델)에 6개 이상의 안전사양이 들어가는 등 눈길을 끄는 기능을 대부분 갖췄다는 점에서다. 지난 27일 경기 기흥구 캐스퍼 스튜디오에서 왕복 55㎞ 가량 캐스퍼를 시승한 결과, 주행감도 예상 외였다. 터보엔진을 장착한 캐스퍼는 고속 주행에서도 기존 경차에서 느꼈던 흔들림과 불안감이 덜했다.
현대자동차가 19년만에 출시한 경차, 100% 온라인 판매, 노조 없는 자동차 공장의 전례없는 생산 실험 등으로 일찍이 주목받은 캐스퍼는 그만큼 화제를 몰고 다닐만한 상품성을 지녔다. 캐스퍼는 사전예약 첫날에만 1만8940대가 예약돼 현대차 내연기관차 중 역대 최다 기록을 냈다.
캐스퍼는 노멀 모드와 스포츠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주행감을 높여주는 스포츠 모드를 뒀다는 점에서 주행에 대한 자신감이 보였다. 시승 당시 고속도로에서 시험삼아 시속 100㎞까지 밟았는데도 가속이 어렵지 않았다. 경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려야할 일이 생길 때 두려움을 느끼는 일부 운전자의 좋은 대안이 될 듯하다. 이보다 낮은 속도로 달리는 도심 속에서도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었을 때 출발이 수월했다. 눈 내린 길에선 험로주행모드를 이용해도 좋을 듯하다.
다만 같은 마력과 출력을 지닌 모닝의 터보엔진은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었다. 최상위 트림(세부 모델)에서만 선택할 수 있는 데다 경차 운전자들은 준중형 세단 이상의 주행을 할 필요가 없어서다. 캐스퍼 역시 터보엔진의 수요가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간혹 장거리 주행을 해야하는 운전자에겐 고려할만한 선택사양으로 보인다. 캐스퍼 터보엔진의 연비는 레이(ℓ당 1.7㎞)보다 낮은 ℓ당 12.8㎞다.
키 185㎝의 기자가 앞·뒷좌석에 탑승해도 머리 위로 주먹 한 개 이상의 공간이 남았다. K8 등 준대형 세단은 뒷쪽 라인을 매끈하게 만드느라 뒷좌석에 타도 머리가 닿곤 했지만, 그런 느낌이 없었다. 2열 공간은 비행기의 이코노미석 같은 느낌이어서 장시간 타면 답답할 듯한 느낌이다. 다만 뒷좌석을 최대 39도 젖히면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다. 레그룸(다리를 뻗는 공간) 역시 주먹 한 개 이상이 남았다.
2열 좌석을 완전히 접으면 적재공간이 301ℓ에 달해 물건을 운반하기도 좋다. 2030뿐 아니라 자영업자나 장을 보는 주부들도 편하게 이용할 만했다. 세계 최초로 운전석을 모두 접을 수 있는 시스템이라 혼자 운전한다면 실을 수 있는 짐이 많아보였다. 다만 뒷좌석을 접지 않은 상태의 트렁크 공간에 골프백을 넣긴 부족해보였다.
엔트리카로 최대 걸림돌은 가격이라는 지적이 많다. 가격은 트림별로 △스마트 1385만원 △모던 1590만원 △인스퍼레이션 1870만원이다. 터보엔진과 전용 외장 디자인이 들어간 ‘캐스퍼 액티브’는 90만~95만원에 적용할 수 있다. 기존 경차보다 최대 380만원 비싸고, 소형 SUV인 베뉴와도 비슷한 수준이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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