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월 평균 교통비보다 적은 금액으로 차를 장만할 수 있게 됐다. 하루 상환액을 3000원대까지 낮춘 자동차 업계의 초장기 할부프로그램 덕분이다. 당장 목돈이 들어가지 않고도 자가용을 마련할 수 있어 솔깃하게 들리지만 실제 부담액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콩나물시루처럼 붐비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금액으로 자가용을 마련해 쾌적하게 출퇴근한다는 이야기는 제법 솔깃하지만, 실제 부담액이 과도하게 늘어나지 않을까 직접 따져봤다.
현대차는 29일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를 출시하며 초기 구매 부담을 낮추는 '10년 할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캐스퍼 기본 모델을 하루 약 3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3040 직장인의 평균 교통비 지출액 절반 수준으로 커피 한 잔 값보다도 싸다.
이 금액의 절반에 못 미치는 금액으로 자가용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포인트다. 현대차 캐스퍼는 특화 할부를 통해 차값의 30%를 선납하면 잔금에 대해 4.6% 금리에 10년(120개월) 할부를 제공한다. 신차가 1385만원인 기본 모델 스마트 트림을 구매할 경우 약 415만5000원을 납부한 뒤 매월 10만945원을 내면서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캐스퍼 기본 모델 스마트 트림의 원금과 이자를 합한 하루 상환액은 3365원 수준이다.
1.0 터보 엔진을 장착한 액티브 모델을 풀옵션으로 구매한다면 약 617만원을 먼저 내고 14만9900원 가량을 매달 납부해야 한다. 먼저 600만원을 내고 매일 5000원씩 상환하면 풀옵션 캐스퍼를 살 수 있는 셈. 초장기 할부프로그램이 차량을 구매하는 시점에서 자금 부담을 크게 낮춰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유류비와 보험료 등은 빠진 금액으로, 차량을 실제 운용하면 추가 부담해야 할 비용도 있다.
이런 경차 할부는 과거에도 있었다. 기아차는 경차 모닝이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을 앞둔 2019년 '제로백 구매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모닝을 100개월 할부로 구매할 수 있도록 했었다.
연 4.9% 고정금리를 적용해 1~50개월차는 차량가의 50%에 대한 할부 원리금을, 51~100개월차는 남은 금액에 대한 원리금을 납부하는 식이다. 선수금 없이 모닝을 매월 10만원대에 탈 수 있고 50개월 이후에는 별도 수수료 없이 중도상환 가능한 게 특징이었다.
자동차 업체들이 경차에 초장기 할부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것은 차량 판매를 늘리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 경차 인기가 떨어지고 있지만 초기 구매부담을 낮추면 판매량을 보다 손쉽게 늘릴 수 있다. 현대차가 캐스퍼를 출시하며 10년 할부를 제공하는 것도 캐스퍼 흥행을 위한 포석이다.
경차 할부가 안정적이라는 점도 자동차 업체들에게는 긍정적인 요소다.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경차를 타는 사람은 씀씀이가 헤프지 않아 할부금을 제때 납부할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편으로 평가받는다. 금액 자체도 저렴한 편이라 초장기 할부시 월 상환액이 10만원대에 그쳐 납입 부담이 적다는 점도 있다.
금융사와 연계해 이자 수익도 올릴 수 있다. 캐스퍼의 경우에도 초장기 할부는 현대캐피탈과 연계해 제공된다. 4.6% 금리를 적용하기에 세부 트림에 따라 대당 200만~300만원대 이자가 붙는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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