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모바일 게임사가 국내 한복 브랜드 세트를 무단 도용한 것으로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 게임사가 우리나라 전통의상 무단 도용으로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어서 업계 차원의 강력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게임 개발사 '에어캡'은 29일 중국 게임사 '지시(Zishi) 테크놀로지'가 서비스하는 시뮬레이션 게임 '꽃피는 달빛'이 자사의 모바일 드레스업 게임 '걸 글로브(GIRL GLOBE)'의 한복 브랜드 세트를 무단 도용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무단 도용 논란을 빚은 의상은 방탄소년단(BTS) 뮤직비디오 '아이돌(IDOL)', '대취타'에 나온 한복을 디자인한 국내 브랜드 '한국의상 백옥수'다. 도용된 한복 세트는 걸 글로브 한국 챕터 첫 스토리 콘텐츠에서 유저들이 최초 보상으로 얻게 되는 '보라빛 향기'다.
에어캡은 걸 글로브 이용자들 제보를 통해 이번 표절 문제를 파악했다고. 회사는 중국 게임사에 공식 유감을 표명하고 해당 한복 세트의 게임 내 노출을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실제로 걸 글로브에 등장한 백옥수 한복과 '꽃피는 달빛'의 의상은 매우 유사하다. 저고리와 치마의 모습이 비슷하고 브랜드 화보에서 사용했던 꽃 소품 위치, 모델 포즈까지 같다. 단순한 콘텐츠 베끼기에 그치지 않고 중국의 '동북공정'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조진우 백옥수 대표는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에어캡과 협업하던 중 표절 이슈가 발생해 안타깝다"며 "그 나라의 정체성이 깃든 복식을 함부로 가져다 사용하는 것은 고유한 정신을 뺏아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중국 게임사의 진심 어린 사과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지민 에어캡 대표도 "중국 게임 개발사 측에 관련 내용을 전달하고 시정 조치를 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면서 "변호사 자문을 받아 공론화를 통해 시정을 촉구하는 방법을 전달받아 실행에 옮기려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4월에는 중국 게임사의 모바일 게임 '황제라 칭하라' 홍보 포스터에 나온 의복이 한국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에서 이지은(아이유)가 착용했던 전통의상과 유사하다는 논란이 있었다. 지난해 11월에는 중국 페이퍼게임즈의 모바일 스타일링 게임 '샤이닝 니키'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일었다.
또 올 2월에는 댓게임컴퍼니가 모바일 소셜 어드벤처 게임 'SKY-빛의 아이들'에 추가된 '갓' 아이템을 중국 소품이라 주장하며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문제가 된 아이템은 '춤추는 안무가 영혼의 모자(Dancing choleographer sprit's hat)'로 외형만 봐도 한국의 갓을 연상케 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중국에서 게임 인기가 급격히 높아지자 수요가 급증하면서 불거진 문제"라며 "현지 개발사들의 제작 역량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걸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중국에 자정작용을 기대하기보단 업계와 관계 부처가 힘을 합쳐서 대응해야 할 중대 사안"이라고 역설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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