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기술주 중 중국 기업은 솎아내고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미국 증시에 등장했다. 성장 산업에 투자하고 싶지만 중국 정부의 빅테크(대형 IT 기업) 규제를 피하고 싶은 투자자들에게 대안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더 넥스트 프런티어 인터넷 앤드 이커머스 ETF’(종목명 FMQQ)가 상장됐다. 총보수율은 0.86%다.
이 상품은 2014년 상장돼 현재 운용 규모가 약 12억8000만달러인 ‘이머징 마켓스 인터넷 앤드 이커머스 ETF’(EMQQ)의 ‘형제 ETF’다. EMQQ는 신흥국 기술주에 집중 투자하는 ETF다. FMQQ는 여기서 중국 기업을 배제했다는 게 차이점이다.
EMQQ 구성 종목의 약 28%는 텐센트, 메이퇀, 핀둬둬, 알리바바, 징둥닷컴 등 미국과 중국, 홍콩 증시 등에 상장한 중국 기술기업이다. EMQQ는 중국 빅테크가 주목받으면서 작년 3월부터 1년간 80% 넘는 수익률을 보였지만 최근 중국 정부 규제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도 2.73% 내린 49.5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은 FMQQ를 중국 빅테크 규제에 대응할 신흥국 기술주 ETF로 주목하고 있다. FMQQ 상장 신청은 중국 정부가 디디추싱 등 빅테크를 규제하기 위해 칼을 빼든 지 몇 주 후인 지난 7월 16일 이뤄졌다. 다만 운용사 측은 “우연의 일치”라는 입장이다. 인도 등 중국 외 신흥국 시장이 주목받은 게 출시 계기라는 설명이다. EMQQ 지수 개발자인 케빈 카터 빅트리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7월 중국 외 신흥국 투자 상품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아졌고, 우리는 더 일찍 출시하거나 더 일찍 등록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고 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보급률이 약 25%인 반면 인도, 브라질, 나이지리아 같은 나라에서는 약 5%에 불과해 잠재력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FMQQ 기초지수의 주요 구성 종목은 ‘남미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아르헨티나 메르카도리브레, 싱가포르 디지털 기업 씨리미티드, 인도 음식 배달 앱 조마토 등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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