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과 기관이 지난 2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원 가까운 현물 주식을 순매도하면서도 성장성이 확실해 보이는 종목은 사들였다. 미 국채금리 급등 영향으로 증시가 타격을 받았기에 금리 상승 수혜주도 매수 상위에 올랐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코스피는 1.22% 하락한 3060.27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3030선을 위협받기도 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6625억원 어치와 3125억원 어치의 현물 주식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대규로 주식을 파는 가운데 외국인은 SK이노베이션(446억원), KB금융(265억원), 아난티(148억원), SK바이오사이언스(111억원), 카카오뱅크(99억원) 등을 사들였다.
기관의 매수 상위 5개 종목은 코덱스200선물인버스2X(830억원), SK이노베이션(370억원), 코덱스 코스닥150선물(320억원), 코덱스200(262억원), 한화솔루션(239억원)이다.
기관과 외국인이 함께 매수에 나선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유럽과 중국의 에너지 수급에 대한 우려가 고조된 점과 성장산업인 이차전지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점이 주목됐다. 특히 지난 28일(현지시간) 포드와 함께 모두 13조50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기로 하는 계획을 발표한 영향으로 전일 1.72% 상승한 26만5500원에 마감됐다.
외국인이 SK바이오사이언스를 매수한 점도 눈에 띈다. 금리 상승 이슈가 증시에 충격을 준 가운데, 성장 기대감이 높은 기업의 주식을 매수해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위탁생상(CMO)를 맡고 있는 데다, 자체 개발한 백신 후보에 대한 임상 3상도 진행 중이다.
성장기업의 적정 가치는 미래의 기대 수익을 현재 가치로 할인하는 방식으로 계산되는데, 할인율로 적용되는 금리가 오르면 기업가치는 낮아진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56%대까지 치솟았다. 이 금리는 지난 14일 1.27%대를 저점으로 약 2주만에 0.26%포인트 정도가 올랐다. 간밤에는 장 초반 1.50%를 밑돌기도 했지만, 다시 1.54%대까지 올랐다. 이에 대표적인 금리 상승 수혜주인 KB증권을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
증시 상승·하락에 각각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매매는 방향성이 나타나지 않은 모습이다. 특히 기관의 매수 상위 5개 종목 중 3개가 지수의 상승·하락에 베팅하는 ETF였다. 일명 ‘곱버스’로 불리는 코덱스200선물2X를 개별 종목 중에서는 가장 많이 사들이면서, 반대의 메커니즘으로 절반 수준의 수익·손실이 발생하는 코덱스200도 네 번째로 많이 매수했다. 코덱스200선물2X는 코스피200 지수가 하락하면 하락률의 2배로 수익이 발생하지만, 상승하면 2배로 손실이 나는 ETF다.
한편 개인은 외국인과 기관이 집중적으로 매도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받아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미국의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9~11월 실적 가이던스(자체 추정치)를 하향한 영향으로 급락세를 탔다. 또 코스피 변동률의 2배로 수익·손실이 발생하는 코덱스 레버리지도 757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