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냄새를 맡는 로봇 등을 구현할 수 있는 차세대 반도체 '뉴로모픽 칩' 신제품을 내놨다. 전작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는 10배 빠르고 에너지 효율은 15배 개선됐다. 인텔 외에도 삼성전자와 퀄컴, IBM 등 글로벌 빅테크가 뛰어든 뉴로모픽 칩 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자사의 2세대 뉴로모픽 칩 '로이히2'를 1일 공개했다. 2017년 내놨던 로이히1을 발전시킨 것이다.
뉴로모픽 칩은 뇌의 작동 원리를 본따 만든 반도체 칩을 말한다. 뉴런(신경세포)과 시냅스(뉴런 간 연결부위) 등을 칩에 집적해 기억과 데이터 처리를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은 기억을 담당하는 반도체 D램과 데이터 처리를 담당하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이 따로 존재한다. 컴퓨터가 인공지능(AI) 분석 등을 하려면 수천 개, 수만 개의 칩이 필요한 이유다.
반면 뉴로모픽 칩은 여러 종류의 반도체가 하는 일을 혼자서 해결할 수 있다. 훨씬 적은 면적과 적은 전력 소비로 AI 분석 등을 할 수 있게 된다. 사람처럼 냄새를 맡는 로봇, 민감한 촉각을 가진 전자 피부 등 전에 없던 솔루션도 가능해진다.
인텔은 2017년 9월 칩당 13만 개의 뉴런과 1억3000만 개의 시냅스(뉴런 간 연결부위)로 구성된 로이히1을 발표했다. 2019년 7월엔 64개의 로이히1 칩으로 구성된 '포호이키 비치' 시스템을 내놨따. 포호이키 비치는 그래프 검색 등 업무에서 CPU보다 1000배 빠른 성능을 보였다.
이번에 공개한 로이히2는 칩당 뉴런 수를 100만 개로, 전작보다 약 8배 늘렸다. 데이터 처리 속도는 10배, 에너지 효율은 15배 개선됐다고 인텔은 설명했다.
로이히2는 극자외선(EUV)을 활용한 '인텔 4' 공정으로 제작됐다. 다른 반도체 제조회사로 치면 4나노(nm) 공정이다. 인텔 4 공정은 아직 상용화 이전이지만 뉴로모픽 칩 개선을 위해 특별히 적용됐다고 인텔은 밝혔다.
물론 로이히2는 아직 연구용 칩이다. 상용화하려면 칩 구동을 최적화하는 소프트웨어(SW), 애플리케이션 진화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인텔은 이를 가속화하기 위해 '라바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로 이름 지은 협업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마이크 데이비스 인텔 뉴로모픽 컴퓨팅 연구소장은 "로이히2는 뉴로모픽 프로세싱의 속도, 프로그래밍 역량 및 용량을 크게 향상시켰다"며 "다양한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뉴로모픽 칩 상용화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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