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를 걷는 듯 천천히 노닐고 싶다면 카누

입력 2021-09-30 17:01   수정 2021-10-01 01:45


래프팅이 여럿이 함께 급류를 즐기는 레포츠라면 카누는 정반대다. 혼자 또는 둘이서 잔잔한 물 위를 노닐고 싶다면 카누가 제격이다.

카누의 역사는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석기 시대부터 사용한 이동수단이다. 과거에는 통나무를 파서 사람이 앉을 수 있는 형태로 날렵하게 다듬어 배를 만들었다. 나무껍질이나 동물 가죽 등을 재료로 사용하기도 했다. 지금은 파이버글라스(유리섬유)를 이용해 만든다. 카누(canoe)라는 말은 배를 뜻하는 스페인어 ‘canoa’에서 왔다.

카누의 매력은 여유로움이다. 잔잔한 물 위에서 카누를 타고 양팔로 천천히 노를 저으면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하다고 한다. 그래서 카누를 타는 사람을 ‘워터 워커’(물 위를 걷는 사람)라고도 부른다. 조용히 강 위를 떠다니며 자연경관을 만끽하다 보면 마치 한 장의 나뭇잎이 된 느낌이다. 직접 노를 저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도 카누의 매력이다. 늘 내연기관의 힘을 빌려 도시를 떠돌던 현대인들에겐 색다른 경험이다.

카약을 카누와 헷갈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카누는 넓은 의미에서 카약을 포함한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노의 형태다. 한쪽에만 날이 달린 외날 노를 쓰면 카누, 양쪽에 날이 달린 양날 노를 쓰면 카약이다. 배의 생김새도 다르다. 카누는 배를 덮는 덮개가 있는 반면 카약은 덮개가 없는 대신 하반신을 파묻듯이 앉을 수 있는 구멍이 있다.

최근에는 서핑이 인기를 끌면서 카누와 카약처럼 노를 젓는 방식의 패들보드를 즐기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패들보드는 보드를 딛고 물 위에서 서서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간다.

국내에선 강원 홍천과 춘천 등지에서 카누를 즐길 수 있다. 배와 패들, 안전장비를 빌려 1~2시간 카누를 타는 데 1인당 2만원 선이다. 마니아들은 카누를 직접 사서 차 위에 얹고 다니며 전국을 유랑하기도 한다. 카누 한 대 가격은 300만~500만원대다.

카누를 즐길 때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는 필수다. 예비용 패들도 꼭 챙겨야 한다. 균형을 잡지 못해 배가 뒤집혔을 땐 전복된 배 안에 갇히지 않도록 빨리 빠져나와야 한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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