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최근 뭉칫돈이 몰려들고 있다. 올 한 해 부진했던 대장주 삼성전자에 투자해 낭패를 본 투자자들이 더욱 안전하게 수익률을 챙길 수 있는 ETF를 통해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그룹주에 다시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그룹펀드(23개)에 최근 1주일 새 854억원이 유입됐다. 지난 석 달 동안 5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특히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관련주에 투자하는 삼성KODEX삼성그룹주 ETF에 투자금이 집중적으로 들어왔다. 삼성KODEX삼성그룹주 ETF는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물산 등에 투자하는 ETF다.
분산 투자 효과가 있는 ETF의 특성상 ‘7만전자’가 무너지며 부진했던 삼성전자에 개별 투자하는 것보다 양호한 수익률을 거뒀다. 삼성KODEX삼성그룹주 ETF는 올 들어 3.75%, 최근 1년 동안 37.66%의 수익을 냈다. 반면 삼성전자 한 종목에 투자한 투자자라면 같은 기간 -8.52%, 27.32%의 수익을 거둔 상태다. 삼성전자의 부진한 수익률을 삼성SDI 등으로 보완했기 때문이다. 현재 이 ETF는 포트폴리오에 삼성SDI(24.71%)를 삼성전자(24.70%)보다 많이 담고 있다.
삼성그룹 펀드 가운데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투자삼성그룹리딩플러스 펀드도 마찬가지다. 이 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13.34%, 1년 수익률은 36.24%다.
대부분의 삼성그룹주 펀드가 투자 대상을 삼성그룹주에만 제한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투자삼성그룹리딩플러스 펀드는 삼성그룹주를 50% 이상 담되 다른 종목들도 편입해 분산투자 효과를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세일 때보다 부진할 때 수익률을 방어하기 쉬운 구조인 셈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해 F&F, 오스템임플란트, 아프리카TV 등이 삼성그룹주와 함께 포트폴리오에 담겨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그룹 주식을 비슷한 비율로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는 ETF도 있다. 한국투자KINDEX삼성그룹동일가중 ETF다. 삼성그룹 내 15개 종목을 6~9% 비중으로 투자하고 있다. 현재는 삼성중공업(9.21%), 삼성엔지니어링(7.76%) 비중이 가장 높다. 삼성전자는 6.53%를 차지하고 있다. 가장 비중이 낮은 종목은 삼성바이오로직스(6.07%)다. 종목별 편입 비중이 크지 않은 데다 올해 수익률이 저조한 삼성전자 비율이 높지 않은 영향으로 인해 연초 이후 수익률은 9.14%로 코스피지수 상승률(6.80%)을 웃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반등 시점을 쉽게 예상할 수 없는 만큼 ETF나 펀드를 활용한 분산 투자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15조8000억원)를 웃도는 16조4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지만, 주가는 중국 전력난 등 악재에 오히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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