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홈쇼핑의 변신에 홈쇼핑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라이브커머스(라방) 매출이 업계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 고지를 돌파한 데 이어 120억원을 투자한 멀티채널네트워크(MCN) 기업 ‘디퍼런트밀리언즈(디밀)’를 앞세워 본격적으로 뷰티플랫폼 구축에 나서는 공격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홈쇼핑에서 탈피하기 위한 남다른 디지털 전환 시도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모바일 기반인 라이브커머스는 20·30대 전용 방송으로 여겨졌다. 현대홈쇼핑은 2018년 말 온라인몰 현대H몰에서 ‘쇼핑라이브’ 코너를 만들어 라이브커머스에 뛰어들면서 TV홈쇼핑의 주 타깃인 40·50대를 공략하는 역발상 전략을 시도했다.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TV홈쇼핑 방송 전후로 관련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하고 중장년층이 백화점에 익숙한 점에 착안해 현대백화점 점포가 문을 닫은 시간에 매장에서 라이브 방송을 내보냈다. 대형마트처럼 쇼호스트와 상품기획자(MD)가 전국 산지를 찾아다니며 제철 농산물을 소개하는 ‘산지 라이브’도 홈쇼핑 중 처음으로 시도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부터는 라이브커머스를 TV홈쇼핑과 온라인몰, T커머스에 이은 ‘제4 채널’로 선정하고 규모를 확 키웠다. 월평균 방송 횟수를 지난해 100여 회에서 현재 450회까지 늘리고, 하루 생방송 시간은 6시간에서 16시간으로 확대했다. 홈쇼핑업계에서 모두 최대 수준이다.
라이브커머스 고정 프로그램도 15개로 경쟁사보다 많다. TV 프로그램처럼 매주 같은 시간 진행하는 고정 프로그램은 소비자뿐 아니라 입점 업체에까지 ‘록인(lock in) 효과’가 있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포털 등 오픈마켓이 기반인 라이브커머스 채널은 판매자 역량에 따라 매출 차이가 크지만, 홈쇼핑은 담당 MD와 쇼호스트가 기획과 마케팅을 담당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매출을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홈쇼핑에 따르면 고정 프로그램의 1회당 매출은 9000만원대로, 업계 평균(1000만~1500만원대)의 여덟 배다.
디밀은 이르면 10월 뷰티 큐레이션 커머스 플랫폼을 열 계획이다. 입점 제품을 판매하는 e커머스(전자상거래)에다 화장품별 정보를 제공하는 등 큐레이션 기능까지 갖춘 ‘하이브리드형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디밀 관계자는 “패션 시장은 무신사, 에이블리 등 상품 판매와 큐레이션 기능을 모두 갖춘 플랫폼이 다수 포진해 있지만 뷰티 시장은 이런 업체가 사실상 전무해 성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신뢰도와 인지도가 중요한 뷰티 시장에서 디밀이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를 보유한 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 쓱닷컴이 온라인 패션 플랫폼 W컨셉을 인수해 젊은 여성 패션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한 것과 비슷한 행보다. 회사 관계자는 “앞으로도 다양한 카테고리의 큐레이션 기능을 갖춘 전문몰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