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산업이 비대해지면서 인증제도를 둘러싼 ‘먹이사슬 생태계’가 혼탁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산하 인증기관 퇴직 후 컨설팅사를 창업해 브로커로 활동하는가 하면 전·현직 간 전관예우가 횡행하면서 중소기업에 부담을 주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엔 1만 개 이상의 인증컨설팅사가 있으며, 대부분 수도권에 밀집해 있다.
한 중소기업 인증 담당자는 “보통 인증 담당자와 친한 전직 기관 출신이 있는 곳에 일감을 맡기면 심사 기간이 단축되는 등 수월해진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감시에 소홀한 것도 이런 전·현직 간 이해관계에 따른 영향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인증기관의 비리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의 한 전자제품업체 임원은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해외 공장 인증을 받을 때 호텔 숙박과 식사 비용에 골프 접대 비용까지 제공한 사례가 있다”며 “중소기업계에서 법인카드를 동원해 인증기관 관계자에게 ‘특급대우’를 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증기관 관계자들에게 밥값과 술값을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라며 “제공한 특혜는 철저히 함구한다”고 토로했다.
한 제조업체 사장은 “오죽하면 업계에서 인증기관을 ‘허가 낸 도둑’, ‘등골을 빼 먹는다’고 표현하겠느냐”며 “중소기업계엔 은행 이자보다 인증 수수료가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중소기업들이 인증 대행 컨설팅을 활용하는 건 인증을 받는 절차가 워낙 복잡하기 때문이다. 중소 제조업체 관계자는 “인증을 하나 받으려면 준비해야 할 서류가 수십 개인 데다 제출할 서류가 수백 쪽을 넘을 때도 있다”며 “전문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컨설팅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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