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1주일도 안 돼 다섯 번이나 쏟아낸 대남 메시지의 줄기는 일관된다. 문 대통령이 집착하는 남북 정상회담 이벤트를 성사시키려면 이런 요구사항을 먼저 들어주고, 제재 완화를 위해 미국 설득에 적극 나서라는 것이다. 김정은이 남북한 관계 발전 여부는 남측 당국에 달렸다고 한 것에 담겨 있다. 미국이 조건없이 만나자며 선(先)제재완화엔 꿈쩍 않자 임기 말 대북 관계에서 ‘업적’을 남기려는 문 정부를 역이용하겠다는 꼼수다. 미국과 관계가 잘 풀리면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쓰고, 그렇지 않으면 ‘우리끼리’를 외치며 한국을 압박하는 북한의 전형적 수법 그대로다. 남측이 북한 요구를 수용하면 한·미 동맹이 흔들릴 수 있다는 계산도 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핵시설 재가동과 순항·탄도·극초음속 미사일 도발에 대해선 ‘자위권’이라고 강변한다. 핵을 인정하고, 어떤 도발을 해도 가만있으라는 것이다. 제재 완화가 없으면 더 큰 도발로 간다는 예고편이기도 하다. 과거 우리 정부가 정상회담 선결 지원을 거부하자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에 나선 게 북한이다. 어이없는 것은 북한이 멋대로 끊고, 잇고, 다시 끊기를 반복하면서 통신선 복원을 크게 선심 쓰듯 한다는 점이다. 사과부터 받아도 시원찮을 판에 정부 여당은 매우 좋은 징조라며 반기고 있으니 답답하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해 놓고 재건 문제를 논의하자는 것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발사에 대해 미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했고 유엔은 “충격”이라고 한 반면, 우리 정부는 경고는커녕 대북 지원에 나섰다. 외교부 장관은 미국 가서 중국 편을 들었다. 오로지 내년 2월 베이징 정상회담 이벤트에 목을 매는 듯하다. 그러나 깜짝쇼식 정상회담으로 북핵이 해결되길 기대하는 것은 환상이다. 임기 말 대북정책에 조바심을 내다간 더 많은 대가를 얻어내려는 북한 전략에 말려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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