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병제인 한국에선 군 생활, 특히 입영 대상자들과 관련된 인기곡이 많다. ‘자 우리의 젊음을 위하여 잔을 들어라’로 끝나는 최백호의 ‘입영전야’(1979년)는 40년이 지난 지금도 애창되고 있다. 그 계보를 이등병의 편지와 △김민우의 ‘입영열차 안에서’(1990년) △이장우의 ‘훈련소로 가는 길’(1995년) △이승기의 ‘나 군대간다’(2016년) 등이 잇고 있다. 코로나 직전만 해도 대학가 골목마다 이런 노래를 부르며 함께 부둥켜안고 우는 입영 전야 청춘들이 적지 않았다. 군대가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군 ‘쫄병’ 생활의 애환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병영문화 개선을 위한 민·관·군 합동위원회가 병사 계급체계를 4단계서 3단계로 단순화하는 방안을 국방부에 권고했다는 소식이다. 계급구조를 단순화해 소통 여건을 개선하고 구타 등 악습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이대로라면 1948년 군 창설 후 73년간 존재했던 이등병 계급이 사라지고, 병사 계급이 일병(5~7주)-상병(9개월)-병장(8~11개월)으로 바뀌게 된다. 합동위는 계급명에서 서열 의미가 있는 ‘등’자를 빼고, 일자형 계급장 밑에 무궁화 표지 등을 추가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한국군은 억압적 병영 문화는 일본군, 계급과 편제·작전 등은 미군에 가깝다는 평가다. 일본식 병영문화를 바꾸는 데 미국식 계급체계를 바꾸는 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2014년 ‘윤 일병 구타 사망사고’ 때도 이등병제 폐지 얘기가 나왔지만 실효성 등의 논란으로 유야무야된 적이 있다.
군은 그동안 일이 생길 때마다 일과 후 휴대폰 사용, 동급병 내무반 생활 허용 등 다양한 병영 개선방안을 도입해 시도해왔다. 그런데도 구타사고는 그치지 않고 최근엔 성폭력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 사례까지 줄을 잇고 있다. ‘뻔한 대책’으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입영 관련 가요가 전 국민 애창곡 리스트에서 빠지는 날이 오려면 ‘제2 창군’ 각오로 나서야 하지 않을까.
박수진 논설위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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