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音에 담긴 사유…철학자들이 본 음악의 가치

입력 2021-09-30 18:04   수정 2021-10-01 02:11

철학자들은 오랜 세월 음악에 담긴 가치를 갈구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음악이 왜 아름다운지를 논했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삶을 긍정하려면 음악이 필요하다”며 “음악은 의지의 언어”라고 했다. 테오도어 아도르노는 음악을 통해 진리를 구현할 수 있다고 믿었다. 오선보에 적힌 음표들이 진리를 보여주는 실마리인 셈이다.

《음악이 멈춘 순간 진짜 음악이 시작된다》는 선율에 담긴 철학적 함의를 짚어준다. 오희숙 서울대 교수가 음악을 철학적으로 사유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드뷔시의 ‘달빛’부터 BTS의 ‘봄날’에 이르기까지 음악미학과 관련한 레퍼토리를 곁들여 설명해 준다. 저자는 “소리는 찰나에 사라지지만 음악에 담긴 아름다움을 사유하는 건 연주가 멎은 후 시작된다”며 “‘음악은 사유에 날개를 달아준다’는 니체의 말처럼 음악은 지성의 자양분이 돼 준다”고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소리가 예술이 되는 첫 발판은 ‘모방’이다. 플라톤의 예술적 모방론에서 기원을 찾는다. 자연을 정교하게 모방하면 할수록 예술적 진리에 가까워진다는 것. 우리가 드뷔시의 ‘달빛’을 들으며 감탄하는 이유다. 플라톤의 논리는 아리스토텔레스, 루소를 거쳐 확장된다. 음악은 자연에서 들을 수 없는 감정마저 재현한다.

모방의 도구였던 음악은 아르투어 쇼펜하우어를 만나 철학으로 승격한다. 쇼펜하우어는 생명을 향한 의지를 담아내려면 예술적 직관이 필요하고, 여기서 가장 높은 수준의 예술은 음악이라고 설파했다. 저자는 “니체도 운명과 삶을 사랑하는 지혜를 음악에서 발견했다”며 “후대 음악가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3번’ 악장마다 철학적 사조가 구현됐다”고 역설한다. 음악미학이 마냥 어려운 주제는 아니다. 당대를 비추는 거울의 역할을 음악이 맡고 있어서다.

저자는 미술이나 문학과 달리 추상적인 음악에서도 리얼리즘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대중문화의 중심에 있는 BTS도 ‘봄날’이란 곡을 통해 세월호 희생자를 기렸다”며 “사조는 달라도 음악은 결국 사회를 품는다”고 말한다.

음악은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 화성학 알고리즘을 학습한 인공지능(AI) 작곡가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과거 작곡법을 모방하는 수준이지만 학습 속도는 빠르다. 저자는 “듣는 이의 취향을 반영해 주는 AI가 대중화되면 창작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강조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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