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스타트업 협력 펀드 절실"

입력 2021-09-30 18:08   수정 2021-10-01 02:21


“지방도시의 경제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중견·중소기업과 유망 스타트업 간의 협력을 확대하고 전용펀드도 적극 조성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신문사와 대구시가 주최하고 대구테크노파크가 주관해 지난 29일 열린 ‘대구 스케일업 콘퍼런스 2021’에서다.

이 행사에서는 지역 중견·중소기업과 스타트업 간 협력을 통한 스케일업(고성장) 사례와 전략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토론·발표 자리가 마련됐다. 토론 참석자들은 “새로운 시장을 읽는 스타트업의 아이디어, 개념 설계 능력에 선배 기업들의 사업화 역량 등이 더해져야 스케일업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스타트업과 중견기업 시너지 필요
박영석 엠제이비전테크 전무는 2016년 회사를 창업한 뒤 2018년 대구 중견 자동차부품사인 평화산업 계열사로 편입된 사례를 발표했다. 평화산업은 이 회사의 창업 멤버들이 ‘우수한 인재’라는 판단에 따라 ‘애크 하이어(acq-hire·인수 고용)’했다. 중견기업이 자산과 기술뿐 아니라 아니라 고용까지 흡수한 모델이다.

박 전무는 “중견기업 계열사로 편입되자 신생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제품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올라갔다”며 “인공지능(AI) 기술 고도화를 위한 전문인력 충원 등에도 속도를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지능형 폐쇄회로TV(CCTV) 기술을 발전시켜 자동차부품의 결함을 자동으로 분석하는 머신비전 검사기와 에지형 디바이스에 AI 기술을 적용한 에지형 AI컴퓨팅 기술 개발로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있다.

대성하이텍은 스타트업인 릴리커버에 초기 투자를 하고, 협업을 통해 릴리커버가 세계 최초로 화장품 즉석 제조 로봇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결정적 도움을 준 대구 중견기업이다. 스타기업이자 월드클래스300 기업이기도 하다. 이 회사 최우각 회장은 “신생기업에 절실한 것은 개발 및 운전자금, 신뢰할 수 있는 국내외 마케팅 협업 대상, 경영 노하우인데 이런 부분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중소기업이 전문투자사나 대기업처럼 큰 투자는 못하지만 사업 초기 멘토이자 가족회사로서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중견·중소기업이 신생기업에 전략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특별펀드를 조성한다면 지방 기업의 스케일업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능동적 스타트업 지원으로 전환해야
송규호 대구기계부품연구원장은 “지방 중소기업은 규모보다는 질적 스케일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원장은 “대구의 A기업은 반도체 제조 및 검사장비 부품에 주물 공법을 적용해 게임체인저가 됐다”고 성공사례를 소개했다.

‘주물 제조공법은 기계 가공보다 치수 정밀도에 한계가 있다’는 고정관념이 많았지만 이 회사는 주물 소재가 지닌 장점인 진동 흡수력을 활용해 시장의 판도를 바꾼 기술을 개발했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 매출이 270억원으로 지난해 매출 190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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