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과연 어두운 터널이 끝나가는 지점에 서 있는 것일까? 누구나 위기 끝 희망에 대한 질문을 한 번쯤은 품어봤을 것이다. 어두운 새벽 뒤에는 밝은 새벽이 온다는 그런 믿음으로 말이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SF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지구의 명운을 걸고 던진 주인공 쿠퍼(매슈 매코너헤이 분) 대사인 “우리는 답을 찾을 겁니다. 늘 그래왔듯이”란 말이 요즘 들어 부쩍 의미심장해진다.
정부는 10월 말에는 고령층 90%, 성인 80%가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완료해 단계적 일상회복, 즉 ‘위드 코로나’를 위한 전제조건을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염병 확산의 주요 원인인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글로벌 차원의 연구도 빨라지고 있다. 필자의 회사인 오라클은 옥스퍼드대와 협력해 글로벌 병원체 분석 시스템을 구축해 현재 세계 대부분 연구 단체에서 도입 및 실사용하고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제 병원체 데이터를 업로드한 지 몇 분 만에 전체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고, 그 정보들은 사용자 동의하에 안전하게 전 세계 연구 실험실에 공유되고 있다.
코로나19의 근원적 문제 해결을 위한 과학적 연구의 핵심은 역시 데이터에 있다. 바이러스 유전체의 염기서열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널리 공유해 전문가들이 집단지성을 통해 정보를 비교 분석, 해결방안을 도출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를 위한 시스템에 최첨단 클라우드 기술이 적용돼 세계 도처의 주요 병원 연구센터 를 돕고 있는 것이다.
올해 안에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 면역 달성과 더불어 최근 더욱 가속화된 연구활동은 현대의 의학적 성과들이 결국 데이터 과학에서 비롯된 것임을 떠올려 볼 때 우리에게 희망의 근거를 마련해준다. 이젠 어두운 터널이 끝나가는 지점으로 가고 있다고 조심스레 여길 수 있지 않을까?
이 위기 속 어둠의 터널에서 서광을 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분명 진보된 과학기술이겠지만, 그 터널의 밖을 나가기 위해선 언제나 그랬듯, 우리 모두의 지혜와 협력, 그리고 비관론에 굴하지 않을 강한 의지가 필요할 것이다. 인터스텔라의 또 다른 등장인물인 물리학자 브랜드 박사(마이클 케인 분)가 인용한 영국 시인 딜런 토머스의 시는 희망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우리의 마음가짐을 환기시킨다. “그냥 순순히 작별 인사하지 마세요. 꺼져가는 빛에 대해 분노, 분노하십시오.” 볼수록 참 멋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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