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이 2004년 투자한 대만 홈쇼핑업체 지분 일부를 매각해 3000억원의 평가이익을 거뒀다. 당시 17억원으로 확보한 지분가치가 최근 1조5000억원 규모로 급등하자 차익 실현을 위해 지분 일부를 처분했다. 17년 만에 주식 가치가 무려 900배 뛴 셈이다.
롯데홈쇼핑은 30일 대만 모모홈쇼핑 지분 2.1%(약 380만 주)를 매각해 2952억원을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매각 후 남은 지분은 7.9%(약 1442만 주)다. 시가를 적용하면 남은 평가이익만 1조1200억원어치에 달한다. 공시에 따르면 처분 목적은 ‘투자 수익 실현’이다. 최근 대만 증시 호황으로 주가가 급등하자 일부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롯데가 2007년 인수한 우리홈쇼핑은 2004년 당시 모모홈쇼핑 지분 10%를 17억원에 취득했다. 모모홈쇼핑의 대주주인 대만 푸본금융그룹이 모모홈쇼핑 출범을 앞두고 초기 투자자를 모집하던 때였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푸본그룹이 당시 우리홈쇼핑을 포함해 GS, CJ그룹 등 국내에서 홈쇼핑업을 하는 기업들에 러브콜을 보냈지만, 다수 업체가 해외 직진출을 위해 거절한 상황에서 우리홈쇼핑은 지분 참여를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모모홈쇼핑은 2008년 이후 대만 TV홈쇼핑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4년 대만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후 2016년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넘었다. 지난해 매출은 2조67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롯데홈쇼핑은 모모홈쇼핑 설립 초기에 정보기술(IT) 및 운영 노하우를 전수하는 등 도움을 줘왔다.
롯데홈쇼핑과 달리 롯데쇼핑은 모모홈쇼핑 지분을 조기 처분했다. 롯데쇼핑은 2012년 모모홈쇼핑에 360억원을 투자해 지분 5.2%를 확보했으나 지난해 총 2080억원에 지분을 모두 매각해 약 1700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모모홈쇼핑 주가가 급등하기 전에 지분을 처분한 것이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후 해외 사업이 부진하자 모모홈쇼핑 외에 중국 홈쇼핑 지분도 매각했다.
롯데홈쇼핑의 ‘대박’에는 운도 작용했다. 롯데홈쇼핑도 모모홈쇼핑 지분 매각을 검토했으나 매각하지 않기로 방침을 굳혔다. 롯데홈쇼핑 2대 주주인 태광그룹과 협의 절차가 필요한 데다 코로나19 사태로 모모홈쇼핑의 온라인몰 ‘모모닷컴’이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지난해 모모닷컴이 현지에서 한국 쿠팡처럼 몸집을 급격히 불리는 것을 보고 지분을 당분간 보유하기로 했었다”고 말했다.
노유정/차준호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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