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나무 언니'의 실수일까?…캐시우드가 찜한 배당주의 정체

입력 2021-10-03 15:41   수정 2021-10-07 08:49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는 성장주 투자의 대표주자다. 그런 그가 자율주행과 로봇공학에 집중 투자하는 ‘아크 오토노머스·로보틱스 ETF(ARKQ)’에 약 100년 전 설립된 중장비 회사를 담았다.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 1위 캐터필러(CAT)가 그 주인공이다. 주가 상승률도 그간 눈에 띄지 않아 ‘심심한 배당주’ 취급을 받아온 주식이다. ‘돈나무 언니’의 실수일까? 증권가에서는 오랜 업력에 자율주행 등 혁신을 더하고 있는 캐터필러를 다시금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예정된 포스트 코로나 국면에서 가파른 실적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 1위

1925년 설립된 캐터필러는 장비, 엔진, 가스터빈, 기관차 등을 제조하는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 1위 업체다. 전 세계 건설기계 시장의 약 16%를 점유하고 있다.

2020년 초 이후 2021년 9월까지 주가는 약 26% 올랐다.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성장주가 눈부신 주가 상승률을 보인 것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건설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부침을 겪었기 때문이다. 2020년 캐터필러의 매출은 417억4800만달러로 2019년 대비 22.4%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019년 82억9000만달러에서 2020년 45억5300만달러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2021년 들어 회복세를 보였다. 2021년 2분기 매출은 128억89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8.9% 늘었다.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를 6.7% 웃돌았다. 영업이익은 17억8900만달러로 컨센서스를 3.7% 상회한 건 물론 전년 동기 대비 128.2% 증가했다.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오히려 주가는 소폭 하락했다. 캐터필러 측이 높은 수요에도 불구하고 재료비 및 운송비 상승 영향, 코로나19 이후 영업 정상화 과정에서 각종 비용 지출 재개 등을 이유로 하반기 수익성 둔화를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제조업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이슈인 데다가 각종 호재가 기다리고 있는 만큼 과도한 비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자율주행 등 혁신 노력 지속
무엇보다 캐터필러는 낡은 기업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애벌레라는 회사명처럼 아직 보여줄 것이 많이 남아 있다. 자율주행, 인공지능(AI), 친환경 전환 등 본격적으로 날아오를 준비가 한창이다.

캐터필러는 2021년 초 온라인으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처음으로 참가했다. 이 자리에서 284t 자율주행 채굴 트럭을 선보였다.

현재는 사람이 광산에 들어가 직접 중장비를 다루는 방식으로 채굴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지반 침하 등의 사고에 취약할 뿐 아니라 24시간 작업도 힘들다. 자율주행 장비가 투입되면 이런 문제점이 해결된다.

2층짜리 단독주택 한 채만 한 이 자율주행 트럭을 연구개발(R&D)하는 데 약 20억달러를 쏟아부었다. 캐터필러가 보유한 관련 특허만 1만6000개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라이다 센서(LiDAR)를 통해 자율주행 정확도를 높이는 ‘CAT 마인스타 솔루션’이 활용됐다.

캐터필러는 중장비가 사용되는 각종 현장을 자율화하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2020년 로봇 및 자율 기술 솔루션 회사인 ‘마블 로봇’의 자산 일부를 인수했다. 마블 로봇에서 일하고 있던 전문 인력들도 영입했다.

기후위기 대응, 친환경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에 중장비도 예외는 아니다. 캐터필러는 2021년 9월 글로벌 석유·천연가스 기업 셰브론과 수소 기관차 실증 사업 등 수소 관련 협력관계를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어려운 중대형 운송 분야에서 수소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또 캐터필러는 캐나다 기반의 광산 탐사회사 누보 몽드 그래파이트(NMG)와 함께 2028년까지 일부 광산의 채굴 트럭 등을 전기차로 전부 전환하기로 했다. 충전 인프라 등 광범위한 테스트를 준비 중인데 NMG 측은 “전 세계 광산업 전반에 있어 매우 중요한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탄탄한 업력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배당 정책을 펼쳐온 것도 캐터필러 주식의 강점이다. 캐터필러는 25년 이상 연속으로 배당금을 전년보다 늘려온 ‘배당귀족주’ 중 하나다.
포스트 코로나·인프라 투자 수혜주


캐터필러는 특히 포스트 코로나, 경기 회복 국면에서 주목할 만한 주식으로 평가 받는다. 스위스계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2021년 9월 기준 6~12개월간 우수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종목 10개 목록에 캐터필러의 이름을 올렸다. 현재 시장 기대치는 낮지만 향후 성과에 높은 확신을 가질 만한 종목이라는 것이다.

거기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예고한 가운데 캐터필러는 대표적 수혜주로 꼽힌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고객사들은 재고를 쌓아두지 않은 상태인데 이후 각국 정부가 인프라투자를 확대하면 캐터필러의 실적이 가파르게 개선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전망이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2022년 캐터필러의 영업이익은 83억6400만달러로 2020년(45억5300만달러) 대비 83%, 2021년 영업이익 전망치(67억1700만달러) 대비 2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정보업체 팁랭크에 따르면(2021년 9월 말 기준) 최근 3개월간 애널리스트 10명 중 7명 중이 캐터필러에 대해 매수 의견을 냈다. 목표주가는 평균치는 240.7달러였다.

구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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