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일찍 출근해 물 떠놓으라고…" 극단 선택한 공무원

입력 2021-10-01 16:33   수정 2021-10-01 16:47


올해 대전시에 임용된 새내기 9급 공무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가운데, 유족과 지인은 직장 내 괴롭힘이 사망 원인이었다고 주장했다.

1일 대전시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대전의 한 아파트에서 20대 공무원 A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의 지인이라고 밝힌 B 씨는 이달 3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전시 공무원 친구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A 씨가 사망하기 이전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심각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고 주장했다.

B 씨는 "지난 1월 제 친구는 대전 공무원으로 임용됐다. 주변 사람들과 연락도 다 끊고 많은 노력과 외로움을 이겨내고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해 1년 만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며 "하지만 그 꿈을 펼친 지 1년이 지나지 않아 친구는 먼저 하늘나라로 떠났다"고 했다.

이어 "임용이 된 후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어했으나 친구의 성격상 꼼꼼하게 일도 잘하고 금방 적응하는 듯 보여 큰 걱정 없이 잘 이겨내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던 7월 새로운 부서로 발령받은 뒤 갑자기 매일 연락하던 친구로부터 연락이 뜸해졌고, 뭐하냐고 하면 항상 '야근을 하고 있다'고 하는 친구의 답장을 받았다. '공무원이 야근을 왜 이렇게 많이 하냐', '대전시 일을 너 혼자 다 하냐'면서 장난스럽게 넘어가곤 했다"고 덧붙였다.

B 씨는 "그러한 말들에 대한 친구의 답변은 항상 '주변에서 이런 것들로 힘들어하면 나중에 소문이 안 좋게 날 것', '너무 힘들다'였다"며 "9월부터는 친구가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를 당하고, 혼자만 행정직 공무원이기 때문에 나머지 사람들이 협조를 안 해준다', '인사를 해도 받아주지 않는다' '군대보다 직원 취급도 안 해준다', '업무를 물어봐도 혼자 알아보고 해결하라고 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는 "저는 친구에게 병원 진단과 처방과 휴직을 권유했고 친구는 진단과 처방을 받고 휴직 하루 전날 하늘나라로 떠났다"며 "병원 진료 기록에는 친구를 '비웃고 무시한다', '커피를 타와라' 등 말도 안 되는 내용들이 적혀 있었고, 점심을 먹었냐는 제 질문에도 친구는 '왕따를 당해서 밥 먹으러 가자고 말도 못 한다'고 대답했다"고 했다.

또한 "일이 힘드냐는 질문에 '사람 때문에 힘들다'는 말을 많이 했던 제 친구는 정말 직장 내 괴롭힘, 따돌림, 부당한 업무지시를 받지 않았겠냐"며 "출근 1시간 전 일찍 출근해 물을 떠 놓고 커피를 타오라는 지시는 부당한 게 아닌 거냐"고 했다.

그러면서 "친구는 휴직을 내기 전에도 팀장·과장에게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고민했고, 주변의 시선과 인수인계 그리고 팀 분위기를 걱정했다"며 "사실무근이라고만 답하는 (대전시 측의) 태도에 더 화가 난다"고 했다.

이날 YTN 보도에 따르면 유족 측도 A 씨가 지난 7월 새로운 부서로 발령받으면서 직장 내 따돌림과 부당한 업무 지시 등으로 힘들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 씨는 생전 가족과 통화에서 "출근이 9시까지인데 8시 전에 와서 책상 위에 물과 커피를 따라 놓고 이런 걸 지시받았다"며 "내가 '그건 아닌 것 같다'고 거절하니까 그 뒤로 나를 싫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A 씨의 병원 진료 기록지에도 실제로 '사람들이 나를 비웃고 무시하고 투명인간 취급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시는 관련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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