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문기구인 생활방역위원회는 그동안 ‘사회적 거리두기’ 수위를 결정할 때마다 최종 의사결정기구 같은 역할을 해왔다. 여기에서 도출한 결론이 대부분 정책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달랐다. 생활방역위는 수도권(4단계)의 식당·카페 허용인원을 최대 6인에서 8인으로 늘리는 등 추가 완화를 제안했지만,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금은 ‘방역을 풀어줘야 할 필요성’(국민 피로감, 자영업자 고통)보다 ‘고삐를 죄어야 할 당위성’(가파른 확산세)이 더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그러나 11월 ‘위드(with) 코로나’ 시행을 한 달 앞둔 상황에서 방역 수위를 끌어올리는 건 불합리하다고 판단, 2주 동안 현 수준을 유지키로 했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완화 조치는 10월 중순부터 나올 전망이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개천절, 한글날 사흘 연휴가 연이어 있는 데다 추석 연휴 여파로 최근 1주일 하루 평균 확진자 수(2635.7명)가 한 달 전(1708.1명)보다 1.5배 이상 확대된 만큼 섣불리 방역을 완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결혼식, 돌잔치 등 일부 규제는 풀었다. 3~4단계 지역에서 결혼식 참석 인원은 식사 제공 시 49명에서 99명(백신 접종 완료자 50명 이상 포함), 식사 미제공 시 99명에서 199명(접종 완료자 100명 포함)으로 2배로 확대된다. 돌잔치 참석 인원도 49명으로 늘어난다. 단 3단계 지역에선 접종 완료자 33명을 포함해야 하고, 4단계에선 45명 이상이 백신 접종을 끝내야 한다.
실외 체육시설도 다시 문을 열 수 있게 됐다. 4단계 지역에서도 경기에 필요한 최소 인원의 1.5배까지 모일 수 있도록 허용해서다. 예컨대 팀당 9명씩 18명이 최소 인원인 야구는 27명(18명×1.5)까지 경기장에 들어갈 수 있다. 다만 이 중 접종 완료자가 23명(오후 6시 이후에는 25명) 이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고강도 방역 조치가 장기화되면서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식당과 카페는 오후 6시 이후에도 6명(4단계·접종 완료자 4명 포함)까지 허용하면서 상대적으로 감염 위험이 낮은 골프장, 볼링장 등은 백신 접종 여부와 무관하게 2명으로 제한한 조치를 그대로 둔 게 대표적이다. 별다른 과학적 근거도 없이 행사 모임 인원을 49명, 99명 등으로 끊은 것도 뒷말을 낳고 있다.
한 자영업자는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이런 방역수칙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며 “공무원들이 아무 생각 없이 만든 규제에 해당 업종 자영업자들은 죽어나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2주 뒤인 18일부터는 큰 변수가 없는 한 사적 모임 규모와 영업시간 제한 등 핵심 방역 규제를 완화할 것이란 얘기다. ‘백신 효과’로 인해 확진자 수가 늘어나도 위중증 환자 수가 줄어드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전날 백신 접종 완료율은 전체 인구 대비 50.1%, 1차 접종률은 76.6%를 기록했다.
정부는 위드 코로나 전환에 대비하기 위해 의료 대응 체계부터 정비하기로 했다. 우선 중증환자 위주로 병상을 배정하기 위해 경증 또는 무증상 확진자에 대한 재택치료를 확대한다. 이에 따라 소아·청소년 환자뿐 아니라 일반 성인 환자도 앞으로 재택치료(10일) 대상이 된다. 다만 주거 환경이 감염 전파에 취약할 경우 대상에서 제외된다. 방역당국은 재택치료 환자의 건강 상태와 격리 상황을 관리하는 전담조직도 꾸리기로 했다.
오상헌/이선아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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