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이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사업모델을 구상한 건 분명해보입니다. 모두가 전국 단위의, 또는 해외를 아우르는 사업을 구상하는 시기에 '로컬'이라는 동네 상권에 천착해 새로운 조류를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이전에 'think globally, act locally(생각은 세계적으로, 행동은 지역적으로)'라는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는데, 이를 사업화하고 있는 회사가 아닐까 합니다.
다만 당근마켓은 현재 '중고거래'가 아닌 '지역 커뮤니티'를 내다보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정작 '중고거래 커머스' 사업모델이 종착점은 아니라는 얘기지요. 대신 당근마켓은 스스로를 '로컬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규정합니다. 동네 사람들이 진짜로 원하는 정보를 유통하고, 모임을 만들고, 동네 사람들의 삶을 풍성하게 해서 수익을 얻겠다는 겁니다. 중고거래는 동네 사람들을 당근마켓으로 모이게 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란 얘깁니다.
예를 들어 이전에 프린트물로 유통되던 쿠폰북을 동네별로 집어넣은 탭을 통해 동네상권을 활성화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나아가 '부모님들 계모임에서 갈 만한 식당 알려주세요' 라는 질문을 올리면 동네 사람들이 댓글을 답니다. 비싸기만한 곳이 아니라요. 향후엔 여기에서 거래가 이뤄지면 수수료를 받는 모델 등이 가능할 수 있겠지요. 단순 중고거래 수수료가 아니라 진짜 삶과 연결된 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수익으로 연결하겠다는 포부입니다.
이런 당근마켓이 국내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당근마켓의 사업모델은 여러 사람들이 집에 머물러 있는 코로나19 시기를 타고 많이 성장했습니다. 자연스럽게도 부동산 시장도 그랬다고 합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늘어났지만, 여전히 시세가 높은 역세권은 인기가 시들해지고, 오히려 깔끔한 상점들이 많이 위치한 동네 상권 수요는 올라갔다는 겁니다.
당근마켓이 구상하는 사업모델이 흥하면 흥할수록 동네상권에는 도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동네로 '힙한' 상점이 들어오고 있는 추세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최근엔 '갭이어 직장인'이나 '자발적 프리랜서'가 많아졌는데, 당근마켓은 이들을 활용해서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하네요. 동네에서 이런 모임들이 활발해지면 당근마켓이 생각하는 지역 커뮤니티 사업도 탄력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게 되면 물론 서울만큼은 아니겠지만, 지역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는 문화생활을 강화하고, 지역 각각의 강점을 살린 곳곳의 지역들이 더욱 살아나는 선순환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은 갈 길이 먼 얘기긴 하지만요.
도심 집중과 지역 분산. 한국 사회의 오랜 논쟁 중 하나입니다. 월간 이용자 수(MAU) 1600만명에 달하는 '국민 앱'으로 자리매김한 당근마켓이 지역 활성화라는 사회적인 과제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