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떨어지면서 특급호텔의 '한 입의 사치' 마케팅이 빙수에서 '애프터눈 티'로 옮겨갔다. 따뜻한 차 한 잔과 각종 먹거리로 오후를 즐기는 애프터눈 티는 영국에서 시작한 고급 디저트 문화다. 사진 찍기 좋은 이른바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인스타그램에 올릴 정도의) 매력에 MZ(밀레니얼+Z)세대가 호텔을 찾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올 여름 고급 빙수에 들어갔던 프리미엄 포도 샤인머스캣 유행이 애프터눈 티 세트로도 번졌다. 껍질째 먹는 씨 없는 청포도 샤인머스캣은 당도가 일반 캠벨 포도보다 4~5브릭스 높은 18브릭스에 달해로 3~4배 비싸다.
롯데호텔 서울은 샤인머스캣으로 만든 다양한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2021 머스트 비 샤인머스캣’을 오는 11월까지 운영한다. 3단 트레이에 담긴 샤인머스캣 디저트와 함께 무화과, 고구마 등 제철 식재료로 가을의 정취를 담은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 주말에는 식사거리를 더한 ‘샤인머스캣 뷔페’를 운영한다. 주말 만석 행진을 이어가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롯데호텔 서울 관계자는 "샤인머스캣 애프터눈 티 세트의 9월 한 달간(4~27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진행한 독일 초콜릿 브랜드 '리벤첼러'와의 애프터눈 티 세트 프로모션에 비해 매출이 3배 이상 늘었다"고 했다.
또 다른 5성급 호텔 노보텔 스위트 앰배서더 서울 용산 26층의 디저트 뷔페 'THE 26'에서도 오는 11월28일까지 매 주말과 공휴일 정오부터 오후 2시까지 샤인머스캣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 '샤인머스캣 스튜디오'란 이름으로 생 샤인머스캣과 20여 가지 디저트 메뉴를 뷔페식으로 준비했다.
쉐라톤 그랜드 인천 호텔 역시 오는 11월 말까지 청포도를 주제로 애프터눈 티 세트를 운영한다.
여성 고객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화장품을 증정하는 애프터눈 티 세트도 있다.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은 같은 기간 달콤한 디저트 8종으로 구성한 '펄 인 러브 애프터눈 티 세트’를 운영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화장품 브랜드 '연작'의 증정품을 증정한다.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강남 역시 프랑스 비누 브랜드 '라 사본느리 드 니옹'과 협업해 '펄 인 스위트 애프터눈 티 세트'를 운영한다. 홍시, 밤, 무화과, 유자를 활용한 디저트와 함께 비누를 제공한다.
다른 특급호텔들도 무화과, 밤 등 가을의 맛에 초점을 맞춰 애프터눈 티 세트를 준비했다.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 로비라운지&바에서는 '클래식 로열 하이티'를 11월 말까지 선보인다. 무화과, 단호박 등으로 만든 디저트와 샌드위치 잠봉뵈르, 대하 등 약 11가지의 티푸드를 준비했다. 집 또는 야외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포장한 투고(To-Go) 서비스로도 제공한다.
특급호텔 애프터눈 티 세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행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로 해외여행이 막혀 이국적 티타임을 즐기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인기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관계자는 가을 애프터눈 티 세트 판매량이 2017년부터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클래식 로열 하이티'는 3분기 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약 2.5배가량 뛸 정도로 인기"라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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