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쉬운 방법이 있었구나"…꽉 막힌 대출 뻥 뚫렸다 [고은빛의 금융길라잡이]

입력 2021-10-03 07:10   수정 2021-10-03 17:00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줄이기 방침에 대출 문이 갈수록 좁아지면서 '예금담보대출'이 관심을 끌고 있다. 대출이 점점 조여드는 상황에 믿을 구석은 모아둔 자산 밖에 없다. 하지만 주택청약과 예·적금으로 묶여있는 목돈에 대해 해지를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보니 이러한 예금담보대출이 알음알음 알려지고 있다.

3일 관련업계 따르면 최근 KB국민은행이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전셋값 증액 범위 이내'로 제한한 데 이어 하나은행도 이를 검토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최근 대출 모집인을 통한 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신용대출의 문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앞서 시중은행들이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대폭 줄인 데 이어, 카카오뱅크는 10월부터 연말까지 마이너스 통장을 전면 중단했다.

예금담보대출은 목돈을 해지할 필요가 없다. 예·적금과 주택청약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필요한 자금을 빌릴 수 있다. 예금담보대출은 보통 예금에 넣은 돈의 90~100% 한도(은행마다 차이)로 대출을 내준다. 최근 은행권의 대출길이 막히면서 예금담보대출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보유한 예금담보대출 잔액은 올해 2분기 기준 총 6조604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2분기보다 4629억원 증가한 수치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의 예금담보대출이 1조842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35억원으로 증가했다. 4대 시중은행 중에선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어 우리은행 1조7175억원으로 1477억원 늘었고, 신한은행은 1조5434억원으로 1703억원 증가했다.

예금담보대출이 늘고 있는 배경으로는 신용대출부터 전세대출 등 각종 대출이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무엇보다 예금담보대출은 신용대출의 예외로, 각종 규제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만약 주택 매매를 앞두고 있는데 자금이 부족하다면 예금담보대출도 이용해 볼 만하다. 지난 7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으로 1억원 이상 신용대출을 이용해 집을 살 경우엔 DSR 40%가 적용된다. 심지어 1억원 이상의 신용대출을 받아 1년 이내에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에서 집을 구매할 경우 즉시 전액 상환해야 한다.

하지만 예담대는 환수 조건이 아니다. 30대 직장인 A씨는 아파트 잔금을 앞두고 예금담보대출을 활용할 계획이다. 기존에 보유중인 1억원 한도의 신용대출을 9900만원을 활용하고, 주택청약통장을 담보로 예금담보대출 1000만원을 받을 생각이다. 그는 "예금담보대출은 별도 서류나 심사도 없으면서, 그대로 청약도 이어갈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밝혔다.

예담대의 경우 DSR이 적용되긴 하지만, 대출금 30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만 DSR이 적용된다. DSR이 적용되긴 하지만, 대출금의 이자에 대해서만 DSR에 포함되기 때문에 부담은 크지 않다.

예금담보대출은 기존에 매월 모으던 금액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예금 금리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만약 주택청약을 예금담보대출로 활용했더라도 매월 납입금을 그대로 내면서 납부 회차를 채울 수 있고, 여기에 대한 이자도 그대로 쌓인다.
주택청약 215만원에 대해 200만원 대출…금리는 1.83~2.38% 수준
예금담보대출은 은행 앱으로 간편하게 신청이 가능하다. 대출에 대한 담보가 명확한 만큼, 대출도 간단하게 진행된다. 현재 기자가 보유한 우리은행의 주택청약종합저축(215만390원)에 대해 예금담보대출을 실행해봤다. 우리은행 앱에서 예금담보대출을 누르자 대출가능금액은 200만원이었다.

대출금리는 신잔액기준 COFIX 12개월 기준금리 + 1%(마이너스통장 1.5%)로 산정됐다. 위비톡 상담을 통해 구체적인 대출금리를 알아봤다. 만기일시상환방식 금리는 연 1.83%(1일 기준), 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방식) 연 2.38%(1일 기준)으로 산정됐다. 최근 은행권의 신용대출 금리가 4%에 가까워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 메리트가 큰 편이다.

다음으로 적합성·적정성 체크리스트가 뜬다. △대출용도 △총자산 △부채 △연소득 △고정지출을 선택하고, 변제방법도 근로소득 사업소득 등에서 고르면 된다. 이어 자택 주소와 같은 기본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추가로 '약관 및 상품설명서 확인'을 해야 하고, 휴대폰번호 인증하기를 거쳐야 한다. 마지막으로 '상품정보입력' 코너로 대출신청금액을 입력하고, 한도별(마이너스) 또는 건별대출 중에서 선택하면 된다. 대출 만기일은 자동으로 1년 뒤인 날짜로 잡힌다. 대출입금(한도등록) 계좌번호를 등록하면 끝인다. 하단의 유의해야 할 사항으로는 '대출실행 이후에 취소거래는 불가하오니 유념하시어 대출진행 부탁드립니다'라는 문구가 뜬다.

중도상환해약금이 별도로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인지세는 대출 금액에 따라 차등으로 적용된다. 은행과 고객이 각각 50% 부담해 자동 차감하게 된다. 5000만원 이하 대출의 경우 별도의 인지세를 부담하진 않지만, 5000만원 초과 1억원 이사 대출에 대해선 7만원의 인지세가 나온다. 은행과 고객이 각각 3만5000원씩 부담하는 방식이다.

30대 직장인 B씨는 예금담보대출 덕에 주식을 팔지 않고 이어갈 수 있었다. 그는 "마이너스 통장을 주식 투자금으로 사용하고 있는 터라, 전세집 계약을 앞두고 주식을 팔아야 하나 고민했다"면서 "주택청약 예금담보대출을 활용해서 1.81% 금리로 대출을 받아 주식 처분 없이 계약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주택청약통장은 청약에 당첨되기 전까진 쓸모없을 줄 알았는데 20대부터 열심히 넣어온 보람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반 적금의 경우 금리가 워낙 낮은 만큼 해지하는 부담이 없겠지만, 주택청약의 경우는 해지보다는 예금담보대출이 유리하다"고 밝혔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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